이 글은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을정책이슈브리프에 게재한 글입니다.
시위를 축제로 만들며 응원봉을 흔드는 시민들이, 군이 국회를 침탈하도록 지시하고도 이를 부정하거나 옹호하는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과 공존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독재에 맞서 들었던 화염병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촛불로, 그리고 다양성을 상징하는 응원봉으로 변화해 왔다. 권력자들은 1987년 확립된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부정하고 군사력으로 흔들려 하지만, 시민들은 정의를 넘어 포용과 다양성을 지향하는 미래의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추운 겨울,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은 결국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광장에서 표출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지속되어야 하며, 더욱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권력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역과 나누며 시민들에게 더 많은 참여와 통제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시민들이 주기적으로 공동체가 위기에 닥쳤을때 광장에 모여 의사를 표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 실현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마을에서 변화의 시작을
그 변화의 출발점은 마을이다. 마을은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대화를 나누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국제, 기후 위기가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곳이기도 하다.
경제 위기와 함께 자연 재해가 심각해지는 요즘,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청년과 노인들이 서로 돌볼 수 있는 곳도 마을이며, 줄줄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삶의 터전도 마을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경제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고민하는 미래 세대 역시 마을에서 성장한다. 복합 위기가 일상을 압박하는 현실 속에서, 시민들은 삶과 죽음, 성장과 안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데, 그 해결은 마을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여러 마을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북구의 초등학생들은 스스로 우유곽을 모아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구의원을 대상으로 관련 조례 제정을 요구해 답변을 받아냈다. 강북구와 광진구에서는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공론장을 열어 마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외의 여러 지역에서 탄핵 이후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관악구에서는 청년들이 한 동네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모아 공개 데이터로 정리했다. 다른 마을에서도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매장을 조사해 데이터로 만들거나, 침수 예방을 위한 빗물받이 점검 활동을 시민들이 스스로 펼치고 있다.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한 시민의회는 마을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지역 의원들과 협력해 시민들이 직접 마을의 주요 의제를 논의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미래 비전을 함께 수립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민 플랫폼을 활용하면, 바쁜 청년층도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디지털 격차 문제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더 많은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일상의 민주주의를 확장할 수 있다.
일상에서 다양성과 포용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변화를
변화는 비전과 해결책을 다수가 공유하고 실천할 때 가능하다. 2024년 광장에서 표출된 시민의 열망은 단순한 권력 구조 개편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변화를 향하고 있다. 광장에서 모인 시민들은 결국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제 우리는 그 열망을 일상에서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 마을에서 모여 목소리를 내고,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자.
한편, 경제·사회·정치·국제·기후 위기의 최전선 또한 마을이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복합 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해결책 역시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다양한 가족 구성원, 직업, 경제적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모인 마을에서부터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개개인의 각자도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공동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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