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가 없다’는 이유로, ‘혼자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여러가지 단순해진다’는 이유로 회사라는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한 후에 알게 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최종 책임을 진다는게 무엇인지”입니다.
초기 단계의 회사에는 어려운 일이 늘 생깁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한 여력이나 적임자가 준비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경험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동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최종 책임은 창업자에게 있고, 책임의 무게는 창업자가 더 크게 가질 수 밖에 없고 그래야만 합니다. 또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가 닥쳐올 땐 동료들과 각자 집중해야 하는 문제를 나눈 후에, 대표가 남은 문제 모두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성을 지키기 위해 남문을 지킬 사람과 동문을 지킬 사람을 지정하고, 남은 북문과 서문은 어떻게든 혼자서 막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결과 회사가 망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빠르게 파악하고,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신의 리더에게 넘기는 사람입니다. 좋은 회사는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분해서 구성원이 적절한 난이도에서 성장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초창기의 창업자나 대표에겐 그런 환경은 없습니다. 구성원이 할 수 없는 일을 넘기고 넘기다 보면 넘길 수 없는 곳까지 갑니다. 그건 모두 대표가 해결해야만 합니다. 또한 구성원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을 무리해서 맡기면 결국 그 일은 해결이 안 된 채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남문을 맡겨 놓은 동료가 어떤 이유로든 실패하거나 버거우면, 대표는 북문과 서문을 막다가 남문까지도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정말로 많이 일어납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막는다는게 무엇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서 구성원으로 일했을 때 보이지 않았던 역할들이 보입니다. 넘길 수 없는 일들을 손에 쥐고,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이 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되든 안 되든, 할 수 있든 없든 안간힘을 써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도 하게 됩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조직이 성장하고 안정화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탓해 봐야 소용없고, 오히려 탓해 보았자 더 힘들어지기만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내 손에까지 들어온 폭탄은 이 세상 어디에도 넘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폭탄을 안고 함께 죽거나, 폭탄을 해체하거나, 폭탄이 터져도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내 선에서 막아야 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왜 나만 이래야 하지?”, “왜 몇몇만 이래야 하지?”란 생각을 가지게 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져야 하는 책임은 자신이 받아들여야 함을 배웠습니다. 불평을 하고, 책임을 지기 싫다면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책임을 받아들이면 다른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해결해 주지 않는 문제를 결국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개인들도 비슷합니다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과 책임들을 내 손에 쥐고 전전긍긍하면서 헤쳐나가는 경험은 사업을 통해서 더 크게 겪어 보게 됩니다. 삶을 더 즐기고 싶은 분들은 꼭 사업을 해 보세요. 강제로 성장하거나, 망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스릴 넘치게 만끽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