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정한 것이 AI의 길을 이끕니다 — 행정과 현장의 AI는 누가 먼저 정할까요
1. 네덜란드 정부, 공무원 2만 5천 명을 줄이며 AI를 수단으로 꼽았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26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2035년까지 중앙정부 공무원을 16%, 약 2만 5천 명 줄여 한 해 35억 유로를 아끼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단으로 IT 시스템 표준화와 AI를 들었고, AI를 어떻게 쓸지는 내년 초에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뉴질랜드 정부도 지난 5월 예산안에서 공무원 8,700명 감축을 발표하며 백오피스 업무의 AI 도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민주노총이 지난 2월 고용노동부와 정례 협의체를 꾸리며, AI 전환이 노동자에게 불안과 희생을 떠넘기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전환의 중심에 사람이 먼저 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개별 기업 수준을 넘는 제도적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한다고도 요구했습니다(코리아타임스 보도).
네덜란드는 행정이 시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경험을 가진 나라입니다. 세무 당국의 보육수당 부정수급 단속에서 제2국적을 가진 부모들이 특히 피해를 입은 사건은 2020년 12월 의회 조사위원회 보고서 「전례 없는 불의(Ongekend onrecht)」로 드러났고, 2021년 1월 뤼터 내각이 총사퇴했습니다. 이번 계획은 줄일 인원을 먼저 정하고 AI 활용 방안을 뒤에 내놓는 순서입니다. 그 경험에서 나온 감독 장치가 내년 초의 AI 계획에 함께 실릴지가 볼 대목입니다.
- ThePrint(블룸버그), Dutch govt plans to cut 25,000 jobs in AI-led overhaul
- DutchNews, 공무원 16% 감축 서한
- AP·WTOP, 뉴질랜드 공무원 14% 감축 계획
- 코리아타임스, 민주노총·고용노동부 협의체 출범
- Parlement.com, 2021년 내각 위기와 보육수당 사건
2. 동작구 공무원이 직접 만든 AI 비서 셋, 주민에게 열리기 전에
서울 동작구는 지난달 30일, 구청 팀장이 구가 쓰는 생성형 AI 플랫폼 위에 직접 만든 「AI 법령검토 도우미 에이전트」「AI 구정업무비서」「AI 맞춤혜택찾기」를 12월까지 직원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구는 직원 만족도와 오답 사례를 분석해 보완하고, 맞춤혜택찾기는 주민 대상 서비스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인태 입법조사관은 지난 8월 시행된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두고, 국민이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사람의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헤럴드경제 보도).
시민이 행정 AI를 들여다보는 창은 2020년 9월 암스테르담과 헬싱키가 연 공공 AI 등록부에서 먼저 섰습니다. 두 도시는 주차 단속 시스템, 불법 단기임대 가능성을 추정하는 알고리즘, 도서관 챗봇 등을 올려 각 시스템이 쓰는 데이터와 작동 방식, 관리 체계를 한곳에 공개했습니다. 혜택을 찾아 주는 도구의 오답은 주민이 놓친 혜택으로 이어집니다. 현장 공무원이 만든 도구가 주민에게 열리는 시점에 오답 분석과 시스템 설명을 함께 공개하는 일이 다음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3. 협동조합 연구자들과 「AI·디지털 전환과 사회연대경제」를 이야기했습니다
3일 한국협동조합학회의 온라인 학술세미나에서 「AI·디지털 전환과 사회연대경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학회는 이 자리를 사회적 경제 현장의 실천적 질문과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로 소개했습니다. 저는 AI를 함께 소유하고, 함께 정하고, 함께 누리는 틀을 협동조합 현장에 비춰 보았고, 토론에서는 데이터 주권과 지역 사이의 AI 격차, 협동조합들이 함께 쓸 디지털 기반이 이야기됐습니다.
공동체가 데이터를 지키며 AI를 지은 실물로 뉴질랜드 북단의 마오리 미디어 조직 Te Hiku Media가 있습니다. 30년 넘는 방송 기록을 디지털로 모아 온 이 조직은 마오리어 음성인식을 만들면서, 크라우드소싱 캠페인으로 열흘 만에 2,500명 넘는 사람이 20만 개 넘는 문장을 읽어 300시간 넘는 음성을 모았습니다. 이 데이터는 마오리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쓰도록 한 「Kaitiakitanga 라이선스」 아래 두었고, 글로벌 플랫폼이 요구하는 콘텐츠 권리 양도를 피해 자체 배포 플랫폼을 지었습니다(NVIDIA 블로그). 공동체가 소유의 주체(of)로 선 사례입니다. 오는 12~15일 방콕에서는 플랫폼협동조합컨소시엄이 「연대의 AI(Solidarity AI)」를 주제로, 누가 AI를 짓고 소유하고 비용을 대는지를 묻는 연례 회의를 엽니다.
- NVIDIA 블로그, Te Hiku Media 마오리어 음성 AI
- IEEE Spectrum, 원주민 AI 음성 모델
- Platform Cooperativism Consortium, Solidarity AI 2026
이번 주에 남는 생각
세 자리는 AI 앞에서 무엇을 먼저 정했는지가 서로 다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줄일 인원을, 동작구 공무원들은 일에 필요한 도구를, Te Hiku의 공동체는 데이터를 쓸 조건을 먼저 정했습니다. 먼저 정한 것이 그다음의 선택을 이끕니다. 행정에 AI를 들일 때 첫 결정의 자리에 일하는 사람과 영향받는 주민이 함께 앉으려면, 무엇이 제도로 먼저 서야 할까요?
이 소식은 자료 수집과 초안을 Claude(Anthropic의 AI)가, 고르고 고치고 판단하는 일을 권오현이 맡아 함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