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 GPU, 모델이 지운 사람들, 의회가 끄려는 카메라 — 공공 기술을 들여놓은 뒤의 결정은 누구에게 열려 있을까요
1. 정부가 산 GPU, 배정 시간의 절반만 돌았습니다
지난 15일 국회 과방위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국정감사에서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추경으로 확보한 정부 활용분 GPU 1만 104장의 사용률은 올해 9월 기준 51.8%였습니다. 배정된 시간 가운데 실제 연산에 쓰인 시간의 비율이고, 사용률 20% 미만 과제가 15개인데 회수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23일에는 국가AI컴퓨팅센터의 GPU를 산업계·학계·연구기관에 어떻게 나눌지, 할인 기준과 공공성 확보 장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국내 시민사회는 연산 자원이 남기는 비용을 따져 묻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에너지정의행동·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28개 단체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물 수요를 미리 평가해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서버와 GPU가 1~3년마다 교체되며 생기는 전자폐기물에 대해 사업자 책임을 제도로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GPU가 전력 앞에서 멈춰 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지난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함께 나온 팟캐스트에서 「꽂을 수 없는 칩이 재고로 쌓여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병목으로 전력과 장비를 바로 넣을 수 있는 건물(웜 셸)이 모자라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아마존이 전력이 모자라 새 엔비디아 GB300 서버 랙 일부를 데이터센터 대신 중간 창고에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Business Insider가 본 8월 내부 이메일에는 약 50억 달러어치 GB300 랙이 미국 시설에 들어올 예정으로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모건스탠리는 2026~2028년 판매될 GPU 서버의 절반 이상이 전력을 연결할 곳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2028년까지 미국에 필요한 추가 전력 약 97GW 가운데 자가발전을 감안해도 33GW가 모자란다고 추산했습니다(보도 경유).
GPU를 몇 년 쓸 수 있느냐도 논란입니다. 건국대 김진욱 교수의 칼럼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몇 해에 걸쳐 서버 내용연수를 3년에서 6년까지 늘렸고, 마이클 버리는 지난해 11월 메타·알파벳·오라클 등이 내용연수를 늘려 2026년부터 3년간 감가상각비를 약 1,760억 달러 덜 잡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마존은 AI 기술 발전이 빠르다며 일부 서버·네트워크 장비의 내용연수를 6년에서 5년으로 줄였고, 네이버는 올해 8월 GPU를 포함한 컴퓨터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을 5년에서 6년으로 늘려 연간 약 1,000억 원의 비용 인식을 뒤로 미루었습니다(머니투데이). 엔비디아가 신형 출시 주기를 1년으로 당기면서, 장부에 적힌 수명과 실제 쓸모가 얼마나 맞을지가 물음으로 남았습니다.
같은 「절반」이어도 국내 51.8%는 배정된 GPU를 덜 쓰는 일이고, 미국의 숫자는 사 놓은 GPU를 꽂을 전력이 없는 일입니다. 두 숫자는 같은 물음으로 모입니다. 연산 자원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들여와 나누고, 덜 쓰면 어떻게 돌려받으며, 그 전력·물·전자폐기물 비용은 누가 지는가입니다.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정부 GPU 사용률 51.8%…회수 0건
- ZDNet Korea, 국가AI컴퓨팅센터 할인 기준·공공성 장치 비공개
- 참여연대, 원칙 없는 AI데이터센터 확대 멈추라 기자회견(28개 단체)
- TechRadar, 나델라 「꽂을 수 없는 칩이 재고에」
- American Bazaar, 아마존 엔비디아 서버 창고 보관
- 이코노미트리뷴, 모건스탠리 「GPU 서버 절반 이상 못 꽂을 수도」
- 경상일보, GPU의 수명과 회계의 판단(김진욱)
- 머니투데이, 네이버 감가상각 5년→6년
2. AI가 그린 한국에는 장애인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23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이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의 연구를 들어, 엔비디아의 한국인 합성 페르소나를 넣은 AI 모델 네 종 모두에서 등록장애인·국외 출생 이주민·성소수자라고 답한 가상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편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행정안전부와 함께 공공 AI의 데이터와 모델을 점검하겠다고 답했습니다(비마이너 보도). 공개된 데이터 카드를 보면 이 페르소나 데이터에는 장애·성적 지향·출생국 항목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연구팀은 11월 5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공개강의에서 이 연구를 일반 시민과 연구자에게 설명합니다.
빠진 목소리를 챙기려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19일 서울시의회에 발의된 「디지털 사회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함대건 의원 대표발의)은 중대한 디지털 서비스를 들이거나 바꿀 때 실제 이용자가 참여하는 점검을 하고, 디지털포용 영향평가에서 디지털취약계층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11월 정례회에서 다뤄질 전망이고, 저도 이 조례안에 의견을 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2일 공개된 오픈소스 도구 「고루 듣기(who-was-heard)」는 AI로 의견 지도를 그릴 때 정제 규칙이나 소수의 잦은 발언자 때문에 어느 집단의 목소리가 묻혔는지를 함께 보고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빠진 사람을 찾는 일을 절차와 도구 양쪽에서 붙잡으려는 시도입니다.
- 비마이너, 과방위 국감 — 공공 AI 데이터·모델 점검
- 서울대 직업환경건강연구실, AI Fairness
- 서울특별시의회 의안정보, 디지털 사회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
- GitHub, who-was-heard
3. 샌디에이고 시의회 위원회, 경찰 번호판 인식기를 끄자고 권고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시의회 예산·정부효율위원회는 21일(현지시각) 경찰의 자동 번호판 인식기(ALPR) 운영을 끄고 사용을 금지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권고했습니다. 사생활 침해, 잘못 체포됐다는 소송, 지난해 몇 달 동안 번호판 데이터베이스가 다른 주와 연방 기관에 열려 있었던 일이 이유로 꼽혔습니다. 전체 시의회 표결이 남았고, 토드 글로리아 시장은 이 도구를 지켜 달라고 밝혀 거부권을 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정의네트워크·정보인권연구소가 주관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연 공권력 AI 연속 워크숍이 지난 7월 정리 글에서 경찰 AI의 결과는 의심의 근거로만 쓰고 경찰관이 확인한 뒤에 조치해야 하며, 경찰 AI 시스템을 등록·공개하고 기능 개선을 위한 데이터 공유도 공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는 「경찰 감시에 대한 지역사회 통제(CCOPS)」 운동이 있습니다. 2016년 ACLU 등이 시작한 이 운동은 주민이 선출된 의회를 거쳐 감시 기술의 도입과 사용 방식을 정하게 하는 지역 법을 퍼뜨려 왔고, ACLU는 26개 지역이 채택했다고 밝힙니다. 샌디에이고도 2020년 시의회가 감시 기술 조례와 프라이버시 자문위원회 조례를 1차 독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도시입니다. 도입을 심사하는 절차가 선 곳에서, 이번에는 이미 쓰고 있는 감시 AI를 끄는 결정이 표결에 올랐습니다. 결정(by)의 자리가 도입 뒤에도 열려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 KPBS, 시의회 위원회 ALPR 중단 표결
- 샌디에이고 시장실, 위원회 표결에 대한 성명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공권력 AI 워크숍
- ACLU, Community Control Over Police Surveillance
- 10News, 샌디에이고 감시 기술 조례 1차 통과(2020)
이번 주에 남는 생각
이번 주 자료를 겹쳐 보면, 공공 기술을 움직이는 가정은 대개 안쪽에서 정해집니다. GPU를 6년 쓸 수 있다는 가정은 기업의 회계 판단으로, 합성 페르소나에 어떤 항목을 둘지는 데이터를 만든 회사의 설계로, 번호판 데이터를 어디까지 나눌지는 경찰의 관리 안에서 정해졌습니다. 이 가정들이 밖으로 드러난 계기는 국정감사, 연구자의 실험, 의회 위원회의 공개 논의였습니다. 내용연수, 데이터 항목, 공유 범위 같은 작은 칸에서 누가 비용을 지고 누가 빠지는지가 정해집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을 처음부터 공개하고, 쓰는 사람과 영향받는 사람이 검증하는 절차를 도입 조건에 넣는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이 소식은 자료 수집과 초안을 Claude(Anthropic의 AI)가, 고르고 고치고 판단하는 일을 권오현이 맡아 함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