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6년 9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국회 미디어발전 포럼 0503 공동 세미나 「행정 권력은 어떻게 공론장을 파괴했는가: 방통위 표적 감사와 ‘빠띠’ 사례로 본 행정 폭력의 실태」의 발제문이다. 사회는 이정환(슬로우뉴스 대표), 토론은 박경호(방송기자연합회장)·한상진(뉴스타파 기자)·김혜미(JTBC 기자)·정미정(언론학 박사, 미디어 인문학교 해시칼리지 교수)·최선영(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맡았다. 게재하면서 처분 취소 사유의 첫째 항목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공식 표현에 맞춰 고쳤다.
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대표)
1. 들어가며
국가 폭력은 감사, 예산, 행정처분이라는 합법의 외피를 쓰고도 온다. 물리적 폭력이 몸을 상하게 한다면, 행정 폭력은 조직의 생존 기반과 명예, 그리고 한 사회가 함께 쌓아온 공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팩트체크넷 사업과 관련해 지난 6년 동안 겪은 일을 시간 순서대로 증언하려 한다. 이것은 한 시민사회 조직의 피해 사례이면서, 동시에 감사권·예산권·언론이 결합해 시민의 공론장을 해체한 과정의 기록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2026년 처분을 직권 취소하고 사과함으로써 빠띠는 누명을 벗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은 누구에게든 반복된다.
2. 팩트체크넷 — 시민과 언론이 함께 만든 검증의 공론장
팩트체크넷은 인터넷상 허위·조작 정보에 언론과 시민이 함께 대응하기 위해 2020년 11월 출범한 시민참여형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컨소시엄을 이루고 공동 출자해 재단법인 팩트체크넷을 설립했다. 재원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이었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시청자미디어재단을 보조사업자로 지정해 지원하는 구조였다. 재단법인 팩트체크넷과 빠띠는 간접보조사업자로 사업에 참여했고, 빠띠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시민·전문가 협업 팩트체크 모델을 설계하며, 이를 운영하는 사무국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빠띠가 이 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분명했다. 팩트체크넷이 정부나 특정 기관의 소유물이 되지 않고 제3의 공적 재단으로 서게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정부 스스로 확인했다. 방통위의 「2021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는 팩트체크 결과물 169건 업로드(계획 대비 163% 달성), 팩트체크 교육 수강 1,400명 등을 들어 이 사업이 민간 자율 팩트체크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2022년 말 기준 1,785명의 시민팩트체커와 전문가가 참여해 413건의 정보를 검증했다. 검증 주제의 대부분은 사회·환경·건강이었고 정치 관련 주제는 전체의 12% 수준(315건 검증 중 38건)이었다. 세부 주제 선정은 참여 언론사와 시민의 몫이었고, 검증 결과는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운영자의 주관이 개입할 자리가 없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론사에 협력을 제안했고, 연합뉴스, MBC, MBN, 뉴스톱 등 다양한 매체가 활동에 참여했다.
3. 경과 — 시작부터 사과까지, 여섯 국면
이 사업이 겪은 일은 여섯 국면으로 나뉜다. 특기할 사실 하나를 먼저 말해두고 싶다. 공격은 플랫폼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시작됐다.
① 출범 이전부터의 공세 (2020)
- 2020. 11. 5.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팩트체크넷 플랫폼 공개(11월 12일)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방통위 팩트체크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하며 ‘정부 주도 팩트체크’와 ‘편향’ 프레임을 제기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팩트체크”이며 “정부는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좌편향’과 ‘정부 개입’ 프레임은 이렇게 사업의 실체가 공개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 2020. 11. 12. 팩트체크넷 출범.
② 운영과 계속된 공격 (2021–2022)
- 2021. 5. 빠띠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운영 협약 체결. 협약서에 “‘2020년 SW기술자 임금실태조사’에 따른 평균임금 적용”이 명시됐다. 뒤에 감사가 문제 삼은 인건비 기준은 이때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 2021. 10. 한국재정정보원 현장 점검. 인건비 집행을 포함해 점검을 받았고, 뒤에 감사가 지적한 사항은 이때 문제 되지 않았다.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는 “공공 팩트체크 사업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시정요구가 있었다.
- 2021. 11. 박성중 의원 등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이 성명 「팩트체크넷을 팩트체크해 주십시오!」를 내고 “정권연장을 위한 도구”에 “국민혈세 27억 4천만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 2022. 9. 28. TV조선이 「팩트체크 1건에 2천만원 쓴 방통위」 보도. 팩트체크넷은 반론자료를 내 “방통위가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재단법인이 직접 지원받은 예산은 11억 5,400만 원”이라고 바로잡았으나, TV조선은 보도 전 당사자 입장을 한 차례도 확인하지 않았다.
- 예산은 해마다 깎였다. 2021년 27억 4,000만 원 규모로 출발한 관련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치며 연속 삭감되어 2023년 6억 1,000만 원까지 줄었다.
③ 사업의 강제 종료 (2023)
- 2023. 1. 25. 예산 삭감으로 운영이 불가능해진 재단법인 팩트체크넷 이사회가 해산을 의결.
- 2023. 2. 28. 팩트체크넷 서비스 종료. 플랫폼과 데이터는 시청자미디어재단으로 이관됐다. 같은 해 8월 SNU팩트체크센터도 네이버와의 계약 종료로 운영이 중단됐다. 한국의 팩트체크 생태계 전체가 이 시기에 고사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④ 표적 감사 (2023–2024)
- 2023. 9. 방통위(위원장 이동관)가 시청자미디어재단 종합감사에 착수하며, 이미 종료·정산된 팩트체크 사업을 집중 감사. 감사팀에는 검찰·경찰·감사원 파견 인력이 포함되었다.
- 2023. 10. 10. 이동관 위원장이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정감사에서 사업의 편향성과 성과 부족을 발언.
- 2024. 1. 18. 총선 3개월 전, 방통위가 감사 결과 발표. 빠띠가 2021년 인건비 약 1억 6,000만 원을 과다 교부받아 용도 외 사용했다고 밝히고, 시청자미디어재단에 기관장 경고와 담당자 수사 의뢰 조치를 했다. 빠띠는 협약에 명시된 기준대로 집행했으며 사업 기간과 종료 후 여러 차례의 점검·평가에서 아무 지적이 없었다고 즉각 반박했다(1. 21. 반박자료). 조선일보 등은 “개발 책임자 월 920만 원 지급”이라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920만 원은 협약상 공임단가일 뿐 실지급액은 투입률을 반영한 530만 원 수준이었고, 방통위 보도자료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⑤ 대선 국면의 행정처분 (2025)
처분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마다 단계적으로 도착했다.
- 2025. 2. 10.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보조금 반환을 사전통보. 방통위 내부적으로는 이 무렵 위원장(이진숙) 서면보고로 처분 절차가 진행됐고, 전체회의 의결은 거치지 않았다.
- 2025. 2. 20. 재단이 방통위에 의견서를 보내, 빠띠가 감사 결과에 불복하고 있으므로 “수사 결과를 확인한 뒤 보조금 반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방통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2025. 4. 4.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 재단으로부터 환수 통보를 받았다.
- 2025. 4. 16. 방통위가 제재부가금(당시 통지액 5억 6,600여만 원)을 결정해 사전통지. 재단이 3월 의견서로 요청한 환수 기한 연장(12월까지)도 10월까지로 줄여서만 받아들여졌다.
- 2025. 5. 20. 재단이 보조금 반환명령서 발송 — 1억 8,898만 1,300원.
- 2025. 5. 26. 방통위가 제재부가금 5억 6,694만 3,900원을 확정하고 고지서 발송. 환수액의 300%였다. 빠띠는 5월 27일 고지서를 받았고 납부 기한은 7월 1일이었다. 합계 7억 5,592만 5,200원 — 빠띠가 감사 대상이 된 2021년 고도화 사업에서 집행한 보조금 약 4억 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제재부가금을 환수금의 300%로 정한 것은 빠띠를 보조금 횡령 조직으로 규정하는 처분이었다.
- 2025. 6. 30.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용혜인 의원실·빠띠·한국사회연대경제·전국협동조합협의회·SE-ACT 공동주최). 빠띠는 “방통위는 민관협력의 신뢰를 파괴했다. 새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한 행정 폭력에 공권력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정부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 2025. 7. 빠띠, 이의신청 제기. 소송으로 다투고 싶어도 소송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2025. 10. 14.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통위 내부에서는 한 명도 징계받지 않은 사실과, 재단 징계위원회가 담당자에 대해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사실이 의원 질의와 참고인 진술로 확인됐다.
⑥ 재심의, 취소, 사과 (2026)
- 2026. 7. 16. 방미통위(위원장 김종철)가 직권 재심의로 처분을 취소했다. 취소 사유는 세 가지 — 간접보조사업 인건비 산정과 관련한 규정이 불명확했고, 용도 외 사용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며, 사업 수행의 전반적 경과에 비춰 신뢰 보호의 원칙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빠띠가 3년 내내 소명해 온 내용 그대로였다. 재감사 과정에서 빠띠는 2024년의 수사 의뢰 건 역시 취소될 예정임을 확인받았다.
- 2026. 8. 14. 방미통위가 빠띠 사무실을 방문해 사과했다. “감사와 그에 따른 행정처분 과정에서 구 방통위가 충분히 세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다”(김종철 위원장).
4. 빠띠가 입은 피해
처분은 취소됐다. 그러나 3년의 시간은 취소되지 않는다. 피해를 항목별로 기록해 둔다.
재정과 생존의 피해.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에 7억 5,592만 원은 존폐를 가르는 금액이다. 납부하면 조직을 닫아야 했고, 납부하지 못하면 개인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보조금 부정수급 기관’이라는 낙인은 재정의 다른 통로도 막았다. 준비하던 대출이 취소됐고, 해외 재단·기금의 지원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소명자료 작성과 이의신청, 법률 검토에 조직의 시간과 비용이 3년간 계속 소모됐다.
조직의 피해. 40명이 넘던 구성원은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건물 하나 없이 전 직원이 함께 쌓아온 성과 위에 선 조직에게, 이 감소는 숫자 이상의 손실이다. 사람이 떠난 자리마다 축적된 경험과 관계가 함께 떠났다.
명예의 피해 — 언론이 만든 낙인. 2024년 1월의 감사 결과 보도는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수많은 언론이 방통위 발표를 취재 없이 받아썼고, 일부는 보도자료에 없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특히 조선일보와 KBS의 보도는 편집 차원의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었다. 이후 빠띠가 억울함을 알리려 할 때마다 언론과 많은 이들이 그 두 보도를 신뢰했고, 빠띠가 무언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인상이 계속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두 매체는 지금까지 정정보도도 후속보도도 내지 않았다. 처분이 취소된 뒤에도 받아썼던 언론 대다수가 취소 사실을 보도하지 않아, 검색과 AI 답변에는 “인건비를 부당하게 과다 지급했다”는 취지의 옛 왜곡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우물에 독이 한 번 들어가면 해독에는 몇 배의 노력이 든다. 이것은 당사자의 노력만으로 되돌릴 수 없는 피해이고, 여유가 있다면 민사소송으로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 지금 빠띠의 상황이다.
인터넷 공론장 생태계의 피해. 이 처분이 남긴 상처는 빠띠 안에 머물지 않는다. 팩트체크넷 사업으로 진행되던, 구글 검색에 팩트체크 결과물이 잘 노출되도록 하는 연계 협의가 사업 중단과 함께 끊겼다. 허위정보는 빠르게 퍼지고 교정정보는 느리게 퍼지는 조건에서 플랫폼 연계는 팩트체크의 사회적 효과를 좌우하는 통로였고, 그 통로가 닫혔다. 팩트체크 데이터셋을 만들려던 한국의 시도는 세계적으로 이른 것이었다. 흔들리지 않고 지속했다면 반지성주의와 탈진실의 시대에 한국이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같은 시기 SNU팩트체크센터마저 멈추면서 한국의 팩트체크 생태계 전체가 고사 상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것은 반복이다. 18년 전 나는 다음 ‘아고라’ 개발진으로서, 하루 100만 명이 넘게 드나들던 인터넷 공론장이 정부의 압박 속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 아고라에서 팩트체크넷까지, 18년 사이에 같은 일이 두 번 일어났다. 한국 인터넷의 역사는 시민이 공론장을 세우고 국가 권력이 그것을 무너뜨리는 일의 반복이었다.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의 피해. 빠띠는 크루 조합원이 주도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처분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공공과 협력해 온 토대 자체를 흔들었다. 사전에 합의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집행한 사업이 정권 교체 후 소급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어느 조직이 정부와의 협력에 나서겠는가. 한국사회연대경제는 이 조치가 “공공 협력에 대한 신뢰를 해치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 기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고, 전국협동조합협의회·SE-ACT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국회 기자회견에 함께 섰다. 이들이 지적했듯 이 사건은 빠띠 한 곳의 문제를 넘어, 모든 민관협력 공공사업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연대경제 전체를 위축시키는 선례가 됐다.
5. 이 사건이 드러낸 권력 남용의 구조
이 사건에서 국가 폭력은 다섯 개의 톱니로 맞물려 돌았다.
첫째, 감사권의 소급적·표적적 행사. 협약에 명시되고 현장 점검에서 확인된 집행 기준을, 정권 교체 후 새 기준으로 바꿔 소급 적용해 위법으로 규정했다. 방미통위의 재심의는 신뢰 보호 원칙을 들어 이를 스스로 인정했다. 3년간 5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빠띠가 집행한 몫은 2021년 사업비 약 4억 원이었는데도 빠띠만 집중 표적이 된 점, 감사 결과 발표 전에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결론을 앞질러 말한 점은 결론을 정해둔 감사였음을 보여준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의 형해화. 빠띠는 2023년 9월부터 소명자료를 성실히 제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감사팀에 검찰·경찰·감사원 파견 인력이 들어가고 명단은 비공개된 채 진행된 감사는, 행정감사의 준수사기관화였다. 처분 자체도 전체회의 의결 없이 위원장 서면보고로 진행됐다.
셋째, 정치적 낙인과 언론 공세의 결합. ‘좌편향’ 프레임은 사업 공개 전에 만들어졌고, 감사 결과는 기습적 발표와 왜곡 보도로 증폭됐으며, 정정 요청은 외면당했다. 처분이 취소된 뒤에도 그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소수였다. 잘못은 크게 보도되고 그 정정은 보도되지 않는 비대칭 속에서, 낙인은 처분 취소 뒤에도 검색과 AI에 남아 작동한다.
넷째, 예산과 처분 시점의 정치적 활용. 예산 삭감으로 사업을 고사시킨 뒤, 종료된 사업에 감사와 처분을 부과했다. 감사 결과 발표는 총선 3개월 전, 환수 통보는 탄핵 선고일, 처분 확정은 대선 직전이었다.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배열이다. 여기에 답해야 할 의문이 남아 있다. 협약서의 인건비 기준은 방통위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처음부터 알고 합의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통위 내부에서는 한 명도 징계받지 않았고, 재단 징계위원회 또한 담당자에 대해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준을 만들고 관리한 쪽의 책임은 묻지 않으면서, 그 기준대로 집행한 보조사업자에게만 환수액의 300%에 이르는 제재를 부과한 것이다. 스스로 모순임을 드러내는 이 처분을 방통위는 알면서도 왜 강행했는가. 그리고 탄핵 국면에서 재단이 “수사 결과를 확인한 뒤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서까지 보냈음에도, 방통위는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을 근거로 왜 대선 직전의 확정을 강행했는가. 나로서는 이 결정의 경위가 그저 의문스러울 뿐이다.
다섯째, 위축 효과의 제도화. 위 네 톱니가 함께 돈 결과는 특정 조직의 피해를 넘어선다. 정부와 협력하면 정권이 바뀔 때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학습이 시민사회 전체에 남았다.
6. 맺으며
빠띠는 정부 지원이 끊긴 뒤에도 시민 팩트체크를 이어왔다. 2024년 국내 단체 최초로 IFCN 글로벌 팩트체크 펀드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고, 2023년 이후 140건이 넘는 검증을 수행했으며, 지금 IFCN 인증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회복은 막막하다. 처분은 취소됐지만 떠난 사람들, 지워지지 않는 사회적 낙인, 그리고 생존을 위해 짊어진 재무 부담 앞에서 어디서부터 되돌려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두 가지 의문을 남기며 발제를 맺는다. 2020년에 시작된 팩트체크넷이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오늘의 인터넷 공론장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 다음 아고라가 그랬고 팩트체크넷이 그랬듯, 시민이 만든 공론장이 번번이 비슷한 이유로 이 땅에서 생존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의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 의문을,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하는 오늘 이 자리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