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소중한 시간을 내어 캠페인즈 그랜드오픈을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캠페인즈를 아끼고 지지하는 분들을 모시는 자리이면서, 서로서로 알아가시는 자리를 꼭 만들고 싶었는데 님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역할로 함께 캠페인즈를 만들어 나가는 중임을 발견하셨을런지요.
사실 캠페인즈는 제가 다음커뮤니케이션즈에서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던 아고라와 블로거뉴스를 다시 살리고 싶어서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한참 성장하던 초기 시절,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기술이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고 협력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던 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또 함께 토론하며 답을 찾아나가는 미디어와 커뮤니티 플랫폼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겐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었던 청원 플랫폼이자 토론 플랫폼이던 아고라가 그러했고, 미디어의 민주화를 내세우며 모든 시민들이 기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블로거뉴스(이후 다음뷰)가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 서비스들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디지털 사회라고 하기엔 저에게 우리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 현실은 초창기보다 못한 상태로 보입니다.
플랫폼 서비스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 차일피일 기회만 엿보던 차에, 2016년 탄핵 국면이 벌어졌습니다. 시민들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빠띠에서는 급히 디지털 캠페인 위주의 서비스를 내어놓았습니다. 그때부터 한동안 캠페인즈는 시민사회단체의 캠페인 솔루션으로 역할했습니다. 그리고 올 해 투자금을 모아 반년 가량 준비를 통해 캠페인즈 플랫폼을 그랜드 오픈 했습니다.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팀원도 10명으로 과감하게 늘렸습니다. 분열과 갈등이 만연하는 시대에 포용과 존중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함께 대화하는, 시민들의 공익 활동 플랫폼이자 토론 플랫폼을 지향하며 만들었습니다. 시민의 집단 활동과 집단 지성이 모이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고 싶고, 서로 존중하고 포용하고 협력하는 디지털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나의 청원에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실명인증을 하며 참여했던 아고라란 서비스는 한국에서 사라지고 없습니다. 인터넷 곳곳에 설치한 추천 버튼에서 하루 1300만 뷰 이상을 일으키며 시민 누구나 이슈를 다루는 기자가 되는 플랫폼을 지향하던 블로거뉴스(다음뷰)란 서비스도 없어졌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빠띠는 시민 활동의 증진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시민으로부터 운영 기반이 형성되어야 지속가능하겠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정부가 시민활동플랫폼과 시민토론플랫폼을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빠띠가 비영리+플랫폼+협동조합을 정체성으로 삼은 까닭입니다.
시민들이 플랫폼 서비스의 이용자이거나, 플랫폼을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너머에 사회적 가치 구현을 목표로 하는 플랫폼들이 균형 있게 존재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 변화를 위한 시민들의 힘을 확대하는 서비스들이 필요합니다. 실제로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청원⬝캠페인 플랫폼인 change.org는 초기 빌게이츠를 비롯한 다양한 재단으로부터 투자와 지원을 받아 성장하였고, 현재는 전세계에서 10만명이 넘는 후원회원이 이 활동을 지지하며 시민의 힘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빠띠는 한국 사회에서 캠페인즈를 시민들의 힘으로 키우고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캠페인즈의 후원회원 모집을 준비하면 자주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나 시민이란 말을 없애는게 어떨까요”란 말입니다. 저는 거꾸로 생각이 듭니다. 비록 현실의 벽이 높을지라도 ‘민주주의’가 금기어처럼 되는 시기이기에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고요.
그렇기에 가까운 분들에게 먼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대화를 나누는 멋진 시민 활동 플랫폼을 만드는 주역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정기 후원회원 3천 명이 모이면 캠페인즈는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시민의 공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캠페인즈의 후원회원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9월 18일
권오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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