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3. 평화

  • 디지털 시민 공간에서의 시민 권력과 민주주의

    2024년 광주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의 “시민사회 활성화” 세션에서 공유한 발제문입니다.

    디지털 시민 공간 속 디지털 시민

    인터넷이 사회에 등장하면서 우리의 생활 공간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확장된 공간은 시간의 차이와 공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결은 새로운 가치를 낳았고 새로운 문제도 함께 낳았습니다만, 디지털 기술은 이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사회의 기본 양식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저를 포함한 서로 일면식이 없었던 10여명의 시민 개발자(시빅 해커)들은 온라인으로만 만나 정부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만큼이나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고, 시민들이 역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진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침 마스크 대란의 해결책이 필요했던 정부는 일면식이 없던 시민 개발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함께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공개하는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결정합니다. 데이터 공개를 요청했던 시민 개발자들은 정부와 함께 데이터 공개 작업에 참여하는 동시에, 여러 개발자 커뮤니티에 마스크 앱 개발에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하루만에 200-300명의 개발자들이 텔레그램 채널 하나에 모여서 함께 3일만에 마스크 앱을 개발합니다. 우리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었고 중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으며, 마스크 앱을 개발하기 전에는 만난 적이 없었으며, 앱을 개발하는 동안에도 메신저와 문서로만 소통하였습니다. 이렇게 사회 문제를 자신이 가진 기술로 해결하는 시민을 시빅 해커 혹은 시민 개발자라고 부릅니다.

    빠띠가 만드는 시민 활동 플랫폼인 캠페인즈에는 다양한 주제의 캠페인이 올라옵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이슈부터 정치 개혁 이슈, 동물권 이슈 등 다양한 이슈들은 다른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서명, 청원, 목소리 모으기, 지도 만들기 등의 캠페인으로 모입니다. 이 캠페인들은 공개되면 몇천명부터 많게는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모읍니다. 얼마 전 기후 헌법 소원을 통해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판결을 끌어낸 청소년기후행동은 5,289명의 목소리를 모아 국민참여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에 따르면 1948년생부터 2016년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전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었고, 그 중에서 90%는 10-30대였다고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이전과는 다른 규모의 다른 구성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시민들을 우리는 디지털 캠페이너라고 부릅니다.

    디지털 캠페인은 허위정보를 검증하는데에도 활용됩니다. 시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한 주장들과 데이터를 함께 모아 정리하기도 했고,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주장들을 함께 검증해서 팩트체크 컨텐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인구 감소에 대한 주장,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주장, 물가 인상 폭, 디지털 성범죄, 재난안전문자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서로 협력해서 근거를 찾고 검증하는 시민을 우리는 시민 팩트체커라고 부릅니다. 시민 팩트체커를 모으고 활동을 지원하며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빠띠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으로부터 팩트체크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작년과 올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빠띠는 이 질문을 가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1:1로 만나 대화를 하는 한국의 대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2023년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곤 하는는 10개의 질문을 준비하고, 이에 응답한 700여명의 답변 하나 하나를 별로 만들어 서로의 답변 차이를 거리로 계산해 은하로 그려보았습니다. 이들 중 신청자 50여명을 모셔서 오프라인에서 1:1로 대화하는 시간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동성간의 혼인에 동의하는 20대 남성이 이에 의문을 가진 60대 여성과 함께 만나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후에, 의견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니 아예 가족들과도 대화를 하지 않는 시기에 이러한 시민 대화의 공간 자체가 소중하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서로 대화하는 공간을 만드는 시민들을 우리는 시민 대화 기획자 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때로는 온라인에서 때로는 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이 이슈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거나 다양한 의견을 접하도록 돕고,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더 나아가 이 의견이 제도 개선, 정책이나 사업 제안에 영향을 끼치도록 정리하기도 합니다.

    빠띠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새로운 시민 활동을 정의하고 이에 필요한 여러 활동들을 지원하고 필요한 플랫폼을 만드는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시민 활동 플랫폼 캠페인즈, 시민 대화 플랫폼 데모스X, 시민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트러스트를 통해 디지털 캠페이너, 이슈 크리에이터, 뉴스 코멘터, 시민 팩트체커, 시민회의 기획자, 시민대화 기획자, 시민 패널, 공익 데이터 활동가, 시민 개발자 등등 다양한 활동을 정의하고 확장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활동들을 더욱 더 연결하고 협력이 일어나도록 시티즌패스 라는 멤버십을 만들었고, 여기서 멤버들은 디지털 시민으로서 다양한 교육과 모임, 협업을 나누며 역량을 키우고 활동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시민 권력과 민주주의

    연결된 시민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우선 당면한 사회, 경제, 국제, 기후 위기는 연결된 시민의 힘, 즉 시민 권력으로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책임있게 하도록 만드는 힘도 시민에게서 나옵니다. 커다란 자본과 기술 독점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고 사회적 자본과 새로운 기술을 위기 극복에 활용하기 위해서도 시민의 권력이 필요합니다. 역량이 뛰어난 전문가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기술이 위기를 가중시키기보다 위기를 극복하는데 활용되도록 만드는 일은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민의 권한과 시민의 역량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통제 가능하도록 만들때 공공성에 기여하도록 만들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시민 권력은 시민 스스로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각자의 목소리와 권리를 확장하는 것만큼, 서로 다른 주장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가진 시민들이 필요합니다. 각자도생을 넘어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을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각자가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시민으로 시민들 스스로 나아갈때에 우리 사회를 좋은 공동체로 만들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당면한 사회, 경제, 국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 존중하고 포용하며, 신뢰하고 협력하며,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과제는 시민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더 많은 권한과 역량, 즉 시민 권/력을 확대함으로써만 이 과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민 참여, 협력, 자치를 확대하고 시민 역량, 공간, 자산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시민의 역량을 부정하고 권한을 제약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류가 공동체를 만들어온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누구나 발언하고 모두가 연결되는 인터넷 기술이 시민의 역할을 불신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인식은, 오히려 더욱 더 자동화 기술 즉 인공지능의 역할에 더욱  주목하도록 만드는 역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가 다른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신뢰하기보단 불신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시민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하는데 동의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극성 소비자’, 정치인을 무작정 숭배하는 ‘팬’, 분노와 갈등에 쉽게 휩쓸리는 ‘팔로워’로 시민을 폄하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부와 기업과 기술이어야 한다는 위험한 인식은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불과 20-30년이 채 안 된 디지털 기술과 시민의 결합이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짧은 기간을 넘어 앞으로도 시민들을 더욱 연결하고 협력을 증진하며 시민 권/력을 확대함으로써 보통의 시민들이 모두가 같이 협력하는 것만이 위기 극복과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길입니다. 민주주의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노력을 멈출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고, 빠띠가 디지털 시민의 다양한 활동과 정체성을 정의하고 쉽게 쓸 수 있는 모두의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 1.5도 계산기, 곰BTI, ESG 유형 분석 테스트까지 계산기와 유형 분석 테스트는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1.5°C 라이프스타일 계산기‘를 사용해 보셨나요? 녹색전환연구소와 빠띠가 함께 만든 이 계산기는 공개 직후 많은 시민이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공개 직후에 운영자들이 서버에 문제가 생겼나 의심할 정도로 많이 사용해 주셨는데요. 이 계산기는 각 문항별로 계산식을 적용하고, 더하기, 빼기, 곱하기 등의 로직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후, 탄소 다이어트 방법까지 안내해줍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믹스온은 사용자 입력폼 기능을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믹스온은 관리자가 구글 폼 같은 외부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고도 바로 사용자 입력 폼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단답형, 장문형, 객관식, 파일 업로드, 이메일 입력 등 다양한 유형의 문항을 사용해 협업 문의, 참가 신청, 지원서 제출 등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본 기능에 계산식과 로직, 결과 페이지를 추가하면 계산기가 됩니다. 이렇게 개발한 것이 녹색전환연구소의 ‘1.5°C 계산기’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라이프스타일별 탄소 배출량을 알 수 있다면, 탄소 감축 실천이 더 구체적일 수 있습니다. 국외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빠띠가 함께 이 계산기를 선보였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연간 탄소배출량을 알고 싶어했음을 오픈 직후 높은 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산기, 그리고 유형 테스트

    사용자 입력 폼은 유형 테스트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형 테스트는 질문에 답변하면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며, 단계를 반복하며 최종 결과로 이어집니다. 최근 믹스온으로 이 유형 테스트를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청소년 고민나눔 플랫폼 힐링톡톡은 청소년들에게 고민나눔 멘토링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내 마음 상태를 돌아보는 마음씨앗 TEST와 자신의 성격과 닮은 최애곰을 찾아주는 곰BTI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들도 믹스온의 기본 사용자 입력폼을 업그레이드해 계산기와 유형 테스트를 개발해서 구현하였습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ESG 유형을 확인하는 테스트는 어떨까요? 아임인 부산은 부산의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올해 빠띠는 SK E&S,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언더독스가 주도하는 해당 사업의 플랫폼 개발과 운영을 맡았는데요. 시민들이 자신의 ESG 유형을 확인하고, 참여 기업과도 매칭하는 ESG 유형 분석 테스트를 만들어 공개하였습니다.

    누구나 쉽게 계산기와 유형 테스트를 만들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계산기와 유형 테스트는 시민 참여를 늘리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기존 사이트에 추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거나 개발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별도의 서비스 사용도 가능하지만, 비용이 높고 사이트와 통합되지 않으며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입니다. 관리도 복잡하고 비용이 증가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늘어나는 디지털 기술, 누구나 적정한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빠띠의 믹스온 사업부는 사용자 입력 폼을 기반으로 계산기, 유형 테스트 등을 한 곳에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연구, 개발 중입니다.

    시민 참여를 높이고 활동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계산기와 유형 테스트를 고민 중이신가요? 지금 믹스온에 상담을 요청해 보세요.

    [ 믹스온으로 재미있는 사용자 입력 폼을 만들기 ]

  • 데이터트러스트 <공익데이터 작업실>로 데이터를 활용한 사회 문제 해결에 한발 더 나아갑니다

    지난 5월, 비영리스타트업의 임팩트 확장과 혁신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에 빠띠 데이터트러스트의 ‘공익데이터작업실’ 사업이 선정되었습니다. 빠띠 데이터트러스트는 데이터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할 공익데이터작업실은 공익단체의 원천 데이터를 저작권 및 개인정보 등 관련 문제를 처리하여 공개 가능한 원본 데이터로 전환하고, 데이터가 필요한 언론, 연구자, 기관과 시민들이 해당 데이터를 찾고 정해둔 라이센스 하에서 활용하도록 플랫폼에서 공개하고 유통하는 사업입니다.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공익 단체는 자신들이 해결하려는 공익적 이슈를 확산하는 디지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며,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다른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공익데이터작업실 사업을 통해 공익데이터의 생산, 제공, 활용, 관리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공익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빠띠 데이터트러스트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공익 데이터는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요?

    디지털 사회에서 데이터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중요한 자원입니다. 특히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만든 데이터나 공익 단체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직접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더 많은 시민에게 제공한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할 기회가 증가합니다.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관점에서 경제적 가치를 위한 데이터 생산은 활발하지만, 사회 문제와 관련된 데이터의 생산과 관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여타의 생산물과 같이 데이터 역시 생산자의 관점과 가치를 반영하게 되며, 공익 목적이 우선인 데이터는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생성되지 않는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데이터 협동조합, 데이터 이타주의 모델 등 공익 데이터와 관련된 비영리 단체의 역할을 강조하며, 더 바람직한 디지털 사회를 준비하는 흐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빠띠는 한국에서 공익 목적의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트러스트를 만들고 운영해 왔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시기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한 공적 마스크 공동대응 활동은 시민들이 참여한 공익 데이터의 대표적 사례이며, 빠띠 데이터팀의 첫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관악구의 등기부등본 데이터화, 강서구의 장애아동 친화 놀이터 데이터 제작, 일상 속 그린워싱 사례 데이터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 보기

    함께 공익데이터 생태계를 만들어요!

    국내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의 역량과 역할은 디지털 사회 변화의 흐름에 맞춰 제한적이며, 기반도 취약합니다. 국내에서 공익 활동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플랫폼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대에 공익적 목적의 데이터 생산과 관리 역량은 필수적입니다.

    이에 빠띠는 공익 목적의 데이터를 함께 생산하고 공유할 공익 단체를 공익데이터작업실에 초대합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공익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어 봅시다.

    공익데이터작업실에 참여하는 공익 단체는 1) 데이터 공유를 통해 활동을 재조명 및 확장하고, 2)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며, 3)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나은 사회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공익 단체의 데이터 현황 파악, 원천 데이터의 정리와 재가공, 데이터의 관리와 보급은 빠띠 데이터트러스트가 지원할 계획입니다. 데이터트러스트 소개서 보기

    궁극적으로 빠띠는 데이터의 공익적 활용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공익 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민주적이고 투명한 데이터의 소유, 활용, 관리를 추구하고, 데이터에서 발생하는 혜택을 데이터 소유자와 사회 구성원 모두와 공유하는 운영 모델을 만들려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영향력 있고 지속가능한 공익 활동에 필요한 공익 데이터 생태계 조성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공익데이터작업실 문의하기

  • 캠페인즈 시민팩트체크 사업이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빌드2024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팩트체크 주제와 자료를 모으고, 직접 팩트체크 컨텐츠를 생산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크 사업이 국제적인 팩트체크 네트워크 기관인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빌드2024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빠띠 캠페인즈는 IFCN의 지원을 활용해 시민 주도의 팩트체크 사업이 더 확대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빠띠 캠페인즈는 시민들과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팩트체크 캠페인을 벌이고, 여기에 모인 자료를 바탕으로 시민팩트체커들이 팩트체크 컨텐츠를 만듭니다. 또한 누구에게나 팩트체크 컨텐츠를 만드는 기능을 제공하고, 시민팩트체커를 모으고 활동을 지원합니다. 사업을 시작한지 1년도 안 되어 벌써 46개의 팩트체크 컨텐츠를 만들어냈고, 다양한 팩트체크 캠페인들을 진행하였습니다. 다음이 관련 정보들입니다.

    범람하는 허위조작정보를 시민팩트체크로 대응해야

    누구나 쉽게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에 허위조작정보의 생산과 확산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허위조작정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다룬 정보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팩트체크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팩트체크가 저널리스트의 과업을 넘어 모든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팩트체크를 디지털 사회의 시민들이 기본적으로 갖춘 문화이자 역량으로 자리잡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2021년 빠띠는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 단체 3곳과 함께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을 개발, 운영했습니다. 이후 2023년 팩트체크넷이 서비스를 중단한 뒤 빠띠는 시민이 주도하는 팩트체크 활동 공간이 지속되고, ‘정보를 받아들이기 전에 의심하고, 확인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캠페인즈에서 팩트체크 기능 및 공간을 제공하고, 시민들이 팩트체크 활동을 벌여나가도록 독려하는 시민팩트체크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팩트체크의 활성화를 위해 함께 해주세요

    현재까지 빠띠 캠페인즈는 국내에서는 시민팩트체크를 수행하는 유일한 곳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팩트체크 캠페인을 만들고, 시민팩트체커를 양성하며 활동의 공간을 제공하며, 팩트체크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능과 플랫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 누구나 팩트체크를 함께 할 수 있고 어디서나 팩트체크 컨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합니다.

    빠띠 캠페인즈의 시민팩트체크 활성화 사업은 시민의 후원을 바탕으로 운영합니다. 시티즌패스 플랫폼에서의 멤버 가입을 통해 캠페인즈와 시민팩트체크 사업을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위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팩트체커 활성화 사업의 취지를 공감하는 기관 및 조직의 지원을 통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의 기반을 다지는데 시민팩트체크 사업이 가진 가치를 공감하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 캠페인즈 시민팩트체크사업 협업 및 지원 문의 ]

  • 시티즌패스가 빠띠 시민 플랫폼과의 연결을 통해 더 깊고 넓어집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시민들의 디지털 시민 멤버십 “시티즌패스“를 베타 오픈한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6개월간 다양한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700여명 넘게 가입하며 모임과 교육을 나누며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베타 오픈의 다음 단계로 시티즌패스가 빠띠 시민 플랫폼과의 연결을 통해 더 깊고 넓어집니다. 

    빠띠 시민 플랫폼 사업부는 시민 활동 플랫폼 캠페인즈, 시민 대화 플랫폼 데모스X, 시민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트러스트를 함께 운영 중입니다. 시티즌패스 멤버들은 빠띠 시민 플랫폼 사업부가 제공하는 시민 플랫폼에서 캠페인, 투표와 토론, 팩트체크, 뉴스 코멘트, 공론장, 리빙랩, 시민 데이터 실험실, 공익 데이터 작업실 등을 활동하고, 시티즌패스에서 다양한 역량과 지향을 가진 동료들과 협력하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더 넓은 연결’과 ‘더 깊은 협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디지털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베타 기간 동안 시민 플랫폼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디지털 시민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 시민 플랫폼별로 시티즌패스 멤버만을 위한 특별한 기능도 준비 중입니다.

    • 캠페이너 : 이슈를 만들어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는
    • 시민팩트체커 : 허위조작정보를 밝혀내고 사실을 드러내는
    • 대화모임장 : 시민의 생각을 대화로 모아내는
    • 뉴스코멘터 : 뉴스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 데이터 활동가 : 공익데이터를 수집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티즌패스가 제공하는 교육/모임/프로젝트/솔루션도 더욱 강화합니다. 멤버들이 제안하는 모임도 테스트를 시작하였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챌린지, 대화모임, 데이터 활동 등의 프로젝트도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시티즌패스 멤버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시민 활동가이자, 세상을 바꾸는 시민들의 후원자입니다. 시티즌패스에 가입함으로써,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고, 시민이 대화하는 공간을 열고, 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동료 시민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세요.

    [ 지금 시티즌패스 멤버십 확인하기 ]

  • 변화를 만드는 질문과 대화, 사람을 ‘데모스X’에 모읍니다

    인터넷과 함께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공간을 넘어서는 쌍방향의 소통과 대규모의 참여, 시간을 넘어서는 축적과 분석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며 동시에 깊이 있는 숙의를 통한 집단지성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란 설레는 희망도 같이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대리자를 세워야 했던 민주주의를 주권자인 국민 한 사람의 의지를 보다 반영하게 만들거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조직이  구성원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함께 운영하도록 만드는 기술이 드디어 등장했다는 기대였습니다.

    지난 20여년간 그 기대는 절반 가량 달성되었습니다.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 동영상 서비스 등이 보급되면서 확실히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숙의와 집단지성이 작동하기보단, 경쟁과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경향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민의 참여를 증진하고 대화의 공간을 열기보다는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술이 민주주의 기술로 더 주목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빠띠는 여전히 더 많은 시민 참여와 더 나은 시민 협력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지금 시기에 더욱 더 협력을 증진하는 기술을 만들고 적용하는게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로 시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여정의 한가운데에 아직 있습니다.

    극단적인 목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기, 다양한 입장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대화를 통해 이해를 높이고 보다 나은 안을 협상하거나 합의에 이르기 등은 진짜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는 기본 인프라입니다. 빠띠는 이에 기여하기 위해 공론장 플랫폼 혹은 시민 대화 플랫폼인 데모스X를 만들었고, 민주주의 서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며 시민 공론장과 시민 대화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데모스X가 수행한 프로젝트 보기
    데모스X의 기록 보기

    2024년에는 데모스X의 프로세스를 더욱 간결하면서도 깊이있게 정비하였습니다. 새로운 데모스X 프로세스를 적용한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함께 디지털 프로젝트 – 디지털 시민권 

    디지털 공간에서 시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이 더 나은 신뢰와 협력을 만드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데모스X는 시민 모두의 디지털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슈들을 발굴하여 질문 프로젝트를 열고, 시민회의와 시민대화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디지털 시민권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제는 ‘안전한 디지털 공간’으로 데모스X와 캠페인즈에서 시민의 의견과 제안을 모았습니다. 2024년 6월 28일 열린 시민회의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가짜뉴스, 안전한 커뮤니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문가의 제안을 듣고, 참가자들의 의견을 데모스X에 제안으로 기록했습니다. 누구나 대화모임을 열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작하였고, 시민들이 여는 대화모임을 지원합니다. 

    디지털 안전 시민회의 https://demosx.org/posts/6MtRX1  
    디지털 안전 시민대화 https://demosx.org/posts/M9tpka 

    꿋꿋 프로젝트 – 기본권

    좋은 사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요? 시민의 이야기를 모으고 함께 답을 찾는 ‘꿋꿋(ggood-ggood)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꿋꿋의 주제는 주거권, 노동권 등 우리의 행복과 좋은 삶을 위한 ‘기본권’입니다. 

    2024년 5월 좋은 집에 살 권리와 좋은 집의 기준에 대한 시민 제안과 의견을 모으는 첫번째 꿋꿋을 진행했습니다.  첫번째 꿋꿋에서는 “당신의 주거는 굿굿한가요?”를 주제로 시민의 제안을 모으고 대화하는 공론장을 열고 그 결과를 데이터 시각화하여 공개했습니다. 캠페인즈는 ‘꿋꿋하게 함께 살자 프로젝트’와 ‘이야기 모임’으로 제안을 모으고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데모스X는 꿋꿋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이 생각하는 좋은 삶, 좋은 사회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더 나은 대안을 만드는 대화의 장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두번째 꿋꿋 프로젝트도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란 질문으로 노회찬재단과 함께 좋은 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 중입니다.

    데모스X의 프로세스 – 아젠다 세팅부터 결정까지

    데모스X의 프로세스는 전체 과정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플랫폼과, 다양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시민회의와 시민대화를 오가는 방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1. 중요한 아젠다를 질문으로 제시하고, 질문을 설명하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제시합니다.
    2. 질문과 전문가 의견을 제공받은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회의를 열고,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더 작은 규모로 시민대화를 진행합니다.
    3.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플랫폼에는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 혹은 새로운 제안을 모읍니다. 혹은 주요 쟁점에 대해선 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생각과 그 생각의 변화를 확인합니다.
    4. 마지막으로 전체 과정을 기록으로 정리해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지도록 남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 주도로 아젠다 세팅, 이슈화, 공론화, 그리고 필요한 방식의 합의와 결정에 이르게 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는 대화도 일어납니다. 우리가 지금 나누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쌓고, 그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안과 시민의 대화와 결정을 시민의 집단 지성으로 축적합니다.

    데모스X의 전체 프로세스 확인하기

    공존하는 시민의 시대를 우리 세대가 열게 될까요?

    우리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만큼 세상은 더 나아집니다. 분명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대화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스스로가 시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고 합의에 이르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놓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데 시민들의 역할과 자리는 자동화된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의 역량을 키우는 기술을 넘어서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로서 대화와 합의의 민주주의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입니다. 자본과 기술 독점의 시대이면서 무한한 참여와 협력이 가능한 시대에 놓인 우리는 어쩌면 공존하는 시민의 시대를 열거나 닫는 역할을 맡았는지도 모릅니다.

    데모스X와 함께 시민들의 대화 공간을 열고, 그 대화가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데 함께 하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시민 대화 플랫폼 데모스X 확인하기
    데모스X와 협업 문의하기

  • 디지털 기술로 혁신하는 민주주의의 미래. 디지털 기술은 민주주의에 어떻게 기여할까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생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방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의견을 표현하고 논의에 참여하게 해 주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가 작동한 까닭은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서로 연결되고, 클라우드에 정보와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격리 중에도 소통과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여기서 더 나아가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자동화함으로써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연결과 축적, 대용량과 자동화라는 디지털 정보 기술의 특징을 눈여겨 본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을 우리가 협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데 사용하자는 생각을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누구나 의견을 표현하고, 함께 토론하고 숙의하며, 적절한 순간에 동시에 혹은 각자의 자리와 시간에서 함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요. 즉 우리 사회의 기본 원칙인 민주주의를 디지털 민주주의로 혁신할 수 있겠단 기대, 이를 통해 드디어 구성원의 권리를 더욱 확대하고,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기여하는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이전 우리는 9시 뉴스나 종이 신문을 통해 사회의 소식을 듣고, 4년 혹은 5년에 한번 있는 선거를 통해서 정치적 의사표현을 했습니다. 정당에 가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정치에 참여하기란 사실 어려웠습니다. 상상이 제한되다 보니,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 조직, 지역의 민주주의란 나를 대신해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누군가를 결정하는 것에 머물렀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하고, 의사를 표현하며, 함께 숙의하고 결정을 내리고, 그 과정을 언제든 지켜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

    물론 정보 공유, 의사 표현, 숙의와 결정, 실행 과정의 투명함 등 만으로는 우리가 기대한 민주주의가 당장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다 보니 서로를 향한 갈등과 혐오도 여과없이 드러납니다. 방대하게 유통되는 정보 속에는 잘못된 정보와 함께 의도적으로 조작한 정보도 쉽게 끼어듭니다. 

    참여와 소통을 표방하지만 포용과 신뢰가 내재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제도 운영, 형식적인 논의와 의사결정에 머무릅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만들고 함께 결정하는 것이 여전히 의문스럽고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워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서비스들이 어떤 전제를 갖고 정보를 배열하고 제외하는지 공개되어 있지 않거나 공개되어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적용함으로써 연결하고 축적하고 처리하기만 해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모두를 위한 일상의 민주주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당면한 과제들을 해소하면서 더 많은, 더 좋은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를 구체적이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더 많은 민주주의란?

    더 많은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더 많고 다양한 사람이 더 많은 민주주의의 장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의견을 표현하는 창구를 확대합니다. 질문과 제안을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각자의 알 권리, 표현할 권리, 답변을 얻을 권리를 분명하게 규정합니다.

    이때 안전함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발언할 권리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발언하는 사람들이 안전해야 합니다. 또한 발언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구성원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채널을 확대하며, 다양한 구성원들을 포용하며, 누구나 쉽게 접근하도록 만듦으로써 더 많은 민주주의를 만들게 됩니다.

    디지털 시대의 더 나은 민주주의란?

    사람들이 함께 결정을 내리는게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다수결은 합리적이지만, 다수결만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면 소수는 억압받고 전체 사회의 다양성도 사라져 버립니다. 반대로 매번 소수가 자신의 목소리만을 내세우며 공동체가 합의한 시스템을 무력화시켜도 안 됩니다.

    더 많이 데이터를 개방하고 권한을 공유할수록, 우리는 신뢰와 협력의 시스템이 곧바로 필요해집니다. 각자의 의견과 제안을 바탕으로 새로운 집단적인 안을 만들어내는 숙의와 공동 작업의 경험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또한 다수결 외에도 상황에 따라 적절한 다른 의사결정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공동체인 우리가 집단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숙의와 공론을 거치고, 다양한 의사 결정을 하며, 다시금 서로간의 신뢰를 높여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란 공동체로 만난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하며 더 나은 안을 만들고 결정을 함께 내리는 일입니다. 투표 외에는 정치 참여나 공동체 기여 경험이 부족한 우리에겐 디지털 민주주의를 넘어 당면한 커다란 숙제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일상의 민주주의란?

    사실 모든 사람이 모든 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복잡하고 거대한 사회는 권한을 나누고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방향, 즉 분권과 자치를 자연스럽게 향합니다.

    분권과 자치는 투명성과 개방성, 신뢰와 협력의 기반 위에 올려 놓아야 합니다. 다른 사회 구성원이 들여다 볼 수 없으며, 함께 결정하지 않는 한 신뢰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한 분권과 자치를 민주주의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어떤 결정이 이뤄졌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지금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사회 시스템을 믿으며 역량있는 사람이 적절한 위치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기술에 기반한 분권과 자치는 개방성과 신뢰와 협력의 기반위에 놓여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만드는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다양한 자원들이 구성원에게 개방되고, 공론과 숙의, 결정에 누구나 참여하되, 실행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분권과 자치로 이뤄지는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 사회는 디지털 시민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공공재를 늘려 나가며, 각자가 자율적으로 위임받은 자원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인류가 늘 꿈꾸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림. 다양한 사회 주체들이 서로 포용하고 협력하며, 공동체를 함께 운영하는
    사회 운영 기반으로서의 민주주의

    디지털 사회의 시민

    디지털 사회의 민주주의는 기존의 민주주의보다는 사뭇 복잡하고 낯설고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TV와 신문을 보고, 선거 시기에 적절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시민이 할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사회 곳곳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역할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아직 아주 초기 단계로, 많은 과제들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첫걸음에 무엇보다도 우리가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신뢰와 협력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아야 할텐데라는 걱정도 하게 됩니다. 우리는 한 공동체에 속한 동반자입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민주주의는 결국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모두를 위한, 모두의 민주주의를 우리는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2023년 4월 25일에 외부 기고 요청으로 작성.

  • 캠페인즈를 통한 디지털 시민 광장의 복원

    새로운 기술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기술이 미디어에 변화를 일으킬때는 사회의 권력 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불과 20년 가량 전에 대중에게 보급된 인터넷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인터넷과 정보 기술은 연결과 축적의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이 기술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유롭고 평등하고 서로 협력하는 사회, 즉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비결로 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 역시도 그 가능성을 믿고 특히 미디어 플랫폼 분야에서 일을 해 왔다. 그렇게 약 20년 가량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면서 깨달은 점 세가지가 있다.

    첫째,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그 가능성은 누군가의 손에서 구현이 되어야만 실현되고 그 누군가의 가치관이 반드시 반영된다. 종이에 잉크를 묻혀 읽던 신문 기사가, 온라인으로 옮겨오는데는 뉴스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 기사 아래에 사람들의 댓글을 달도록 결정한 사람들도 있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댓글이 아닌 본격적인 글을 쓰는 별도의 서비스를 만들자고 결정한 사람들이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컨텐츠도 기사처럼 다루자고 결정한 사람들이 있어서 시민 저널리즘이란 영역이 생겼다. 이 결정들은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를 확장하기도 하고 제약하기도 하는데,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좋아요만 제공하기로 설계자가 결정한 서비스는 다른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렵고, 실명 인증을 할지 말지 판단도 설계자가 결정한다. 더 많은 어그로를 끌어서라도 트래픽을 늘리기로 설계자가 결정한 서비스는 개인정보나 혐오, 허위조작정보를 지키는데 우선순위를 두기가 어렵다. 

    둘째, 기술은 계속해서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며 발전한다, 다만 개선도 누군가가 구현을 해야 실현된다. 지금 기술로 인해 생겨난 많은 문제들을 기술을 통해서만 모두 해결해야 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기술 스스로 개선을 해나가야 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갈등과 혐오로부터나 통제와 실질적인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인터넷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길은 더 사회적 논의와 합의와 함께 실질적인 기술의 개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도 역시나 누군가가 그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해야 실현된다. 

    안타깝게도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할 기술을 구현하고 개선하고 싶었던 시도들은 2023년 현재는 많이 위축된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자극과 소비로 점철된 공간이 되어 가는 듯 하다.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고라와 블로거뉴스 같은 시민 공론장과 시민 저널리즘을 표방하던 서비스는 문을 닫았고, 지난 정부에서 호황을 누리던 국민청원이나 민주주의서울, 광화문1번가 등의 시민참여플랫폼도 사라졌다. 트위터는 소유주가 바뀌면서 한 사람의 결정에 휘둘리는 종잡을수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밤늦게 물건을 주문해도 순식간에 받아 볼 수 있는 시대,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노동을 거래하는 시대에, 시민이 목소리를 낼 공간, 그 목소리가 잘 모여서 새로운 합의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 없다는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일을 20년간 해 온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아쉽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바라던 세상은 어떤 곳일까?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개인과 개인이 모여 이룬 집단이 함께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을 거쳐 새로운 결정을 함께 만들어내는 사회. 어쩌면 우리는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 비해서는 분명 이 이상에 가까워졌을수는 있다. 연결과 축적은 분명 늘어났으니까. 다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전제로 한 연결과 축적은 많이 신경쓰지는 못했다. 사회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결과가 안타깝고 아쉽더라도 더 나은 연결과 축적의 기술과 문화와 제도를 만듦으로써 누구나 권리와 안전을 보장받고, 집단으로써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물건을 사고, 일꺼리를 찾고, 투자를 하고, 흥미로운 영상을 즐기는 것만큼, 개인들이 사회의 이슈를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고, 다른 구성원과 대화하고, 때론 힘을 모으고 때론 공론을 만들고 결정에 이르기까지 하는 플랫폼은 어떤 사회든 꼭 필요하다. 빠띠가 캠페인즈를 통해 시민의 공익 활동을 증진하고, 시민들이 토론을 펼치는 공론장으로서의 시민 광장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까닭이다.

    플랫폼을 만들면서 느낀 세 번째는, 결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플랫폼이 성공한다. 우리는 늘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때론 시대가 변해 사람들의 필요가 무르익으면 그에 맞는 기술들이 생겨난다. 딱 맞는 기술이 없으면 기존의 기술을 변형해서라도 사람들은 필요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딱 맞는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나타난다.

    지금 시대는 중요한 의사결정에 더 많은 사람들, 혹은 개개인, 혹은 나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시민들이 믿기 시작한 시대다. 정부든 정당이든 기업이든 혹은 비영리기관이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나 대중의 공감과 신뢰, 적어도 이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시대다. 물론 당장에는 다중의 기대와 비판을 무시하거나 기만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남아 있겠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 일반은 개인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돌입했다. 개인의 의견이 집단의 합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과 그 과정에 대한 훈련과 경험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이지만, 민주주의 서울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만난 많은 시민들과 기관은 확실히 달라진 세상에 맞추어 의견을 내고 이슈를 만들고 공론에 참여하며 다수 시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요약하면 적어도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세상은 달라졌고 시민들의 기대는 무르익었다. 이제 더 나은 민주주의와 공론장, 미디어 기술이 사회와 시민을 따라가야 할 차례다. 혹은 이제야 더 나은 연결과 축적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내고 모두가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는 기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빠띠는 이 시대 변화에 맞추어 “디지털 시민 광장”으로서의 플랫폼을 다시 복원하는 비영리 플랫폼 협동조합을 목표로 한다. 누군가가 나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미디어 플랫폼을 실현해야 한다면, 그 누군가 중의 하나가 우리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2023-09-21
    캠페인즈에 올린 글

  • 캠페인즈 그랜드오픈 참가자 분들께 보내는 메일

    안녕하세요

    소중한 시간을 내어 캠페인즈 그랜드오픈을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캠페인즈를 아끼고 지지하는 분들을 모시는 자리이면서, 서로서로 알아가시는 자리를 꼭 만들고 싶었는데 님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역할로 함께 캠페인즈를 만들어 나가는 중임을 발견하셨을런지요.

    사실 캠페인즈는 제가 다음커뮤니케이션즈에서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던 아고라와 블로거뉴스를 다시 살리고 싶어서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한참 성장하던 초기 시절,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기술이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고 협력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던 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또 함께 토론하며 답을 찾아나가는 미디어와 커뮤니티 플랫폼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겐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었던 청원 플랫폼이자 토론 플랫폼이던 아고라가 그러했고, 미디어의 민주화를 내세우며 모든 시민들이 기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블로거뉴스(이후 다음뷰)가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 서비스들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디지털 사회라고 하기엔 저에게 우리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 현실은 초창기보다 못한 상태로 보입니다.

    플랫폼 서비스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 차일피일 기회만 엿보던 차에, 2016년 탄핵 국면이 벌어졌습니다. 시민들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빠띠에서는 급히 디지털 캠페인 위주의 서비스를 내어놓았습니다. 그때부터 한동안 캠페인즈는 시민사회단체의 캠페인 솔루션으로 역할했습니다. 그리고 올 해 투자금을 모아 반년 가량 준비를 통해 캠페인즈 플랫폼을 그랜드 오픈 했습니다.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팀원도 10명으로 과감하게 늘렸습니다. 분열과 갈등이 만연하는 시대에 포용과 존중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함께 대화하는, 시민들의 공익 활동 플랫폼이자 토론 플랫폼을 지향하며 만들었습니다. 시민의 집단 활동과 집단 지성이 모이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고 싶고, 서로 존중하고 포용하고 협력하는 디지털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나의 청원에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실명인증을 하며 참여했던 아고라란 서비스는 한국에서 사라지고 없습니다. 인터넷 곳곳에 설치한 추천 버튼에서 하루 1300만 뷰 이상을 일으키며 시민 누구나 이슈를 다루는 기자가 되는 플랫폼을 지향하던 블로거뉴스(다음뷰)란 서비스도 없어졌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빠띠는 시민 활동의 증진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시민으로부터 운영 기반이 형성되어야 지속가능하겠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정부가 시민활동플랫폼과 시민토론플랫폼을 운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빠띠가 비영리+플랫폼+협동조합을 정체성으로 삼은 까닭입니다.

    시민들이 플랫폼 서비스의 이용자이거나, 플랫폼을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너머에 사회적 가치 구현을 목표로 하는 플랫폼들이 균형 있게 존재해야 합니다. 특히 사회 변화를 위한 시민들의 힘을 확대하는 서비스들이 필요합니다. 실제로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청원⬝캠페인 플랫폼인 change.org는 초기 빌게이츠를 비롯한 다양한 재단으로부터 투자와 지원을 받아 성장하였고, 현재는 전세계에서 10만명이 넘는 후원회원이 이 활동을 지지하며 시민의 힘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빠띠는 한국 사회에서 캠페인즈를 시민들의 힘으로 키우고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캠페인즈의 후원회원 모집을 준비하면 자주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나 시민이란 말을 없애는게 어떨까요”란 말입니다. 저는 거꾸로 생각이 듭니다. 비록 현실의 벽이 높을지라도 ‘민주주의’가 금기어처럼 되는 시기이기에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고요.

    그렇기에 가까운 분들에게 먼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대화를 나누는 멋진 시민 활동 플랫폼을 만드는 주역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정기 후원회원 3천 명이 모이면 캠페인즈는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시민의 공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캠페인즈의 후원회원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9월 18일 

    권오현 드림

    캠페인즈 후원회원 가입하기

  • 디지털 공론장을 만드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

    초거대인공지능 시대의 초입, ‘인공지능은 앞으로 무엇을 대체할까?’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쏟아낸다. 기회로 여기든, 위기로 여기든 변화가 일어난다는 전망에 누구나 동의한다. 당장은 인간의 노동 중 대체되거나 사라질 것들을 각자 예측하지만, 한켠에선 기존에 사회를 운영하면서 사용한 여러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대입해 보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챗GPT에 정책에 대한 평가나, 상대 진영의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는 일화가 들린다. 해외에서는 의회의 연설문을 챗GPT로부터 생성해서 발표하기도 했단다. 챗GPT를 이용해 신과 대화해 보라는 서비스가 주는 인상은 흥미롭지만, 어떤 정책이 나은지 평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초거대인공지능이 내어놓는 답을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보다는 염려가 앞선다. 집단적 의사 결정에서 인공지능은 공론장의 대안일 수 있을까?

    특히나 지난 몇년간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벌어진 결과를 부정적으로 경험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악마화, 서로에게 귀기울이기는 커녕 스스로의 생각을 더욱 강화시키는 필터 버블,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조작정보와 국가 기관마저도 나선 영향 공작(influence operations),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는 이들의 자살 등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험한 혐오와 차별, 갈등은 사회가 맞닥뜨리는 여러 복합 위기와 맞물리며, 각자도생의 전략이 더욱 타당하게 느껴지게 만들었고, 우린 집단지성의 실현이라는 인터넷 초창기의 희망 섞인 기대는 어느 순간 잃어버린채 집단이나 공동체에 대한 믿음까지도 잃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내어놓는 답은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고 협력하고, 조정과 합의를 거쳐야 하는 (그 과정에서 결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서로 혐오하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는 많이 보았기에) 인간들의 의사결정보다는 누군가에게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편파적이지도 않고 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인간이 만든 문서를 인공지능이 모두(?) 이해(?)해서 요약했다는 답변은 루소가 상상했던 사회의 일반의지처럼도 보이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바꿀 공론장의 미래

    하지만 우리가 인간과 인간으로서 구성된 사회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집단 지성의 발전과 인공 지능의 도입을 결코 앞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긍정하는 발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우선 초거대인공지능이 인간이 집단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소셜 플랫폼과 빅데이터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이 서로 의존하며 상호 발전해 온 기술임을 보여 주는 용어들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시공간을 가로질러 수많은 연결을 창출해냈고, 이 연결을 통해 생산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했다. 소셜 플랫폼에 모인 수많은 컨텐츠와 사용자 행위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모아, 네트워크로 연결한 거대한 서버 자원을 통한 후 지금의 초거대인공지능이 답변을 구성하도록 만들어내는데 활용했다.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인공지능은 오히려 인간 집단지성의 한 유형이자 결과인 것 같고, 블록체인 기술보다 웹3.0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

    또한 인공지능이 기본적으로나 제대로든 작동하기 위해서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논의에서 빼 두더라도) 사람이 할 일은 앞으로도 많다. 지금의 챗GPT로서는 피할 수 없는 환각(Hallucination)을 완화하기 위해 인간의 피드백(RLHF,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을 거친다. 더 정확한 답변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스몰데이터도 필요하다. 아마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된 빅데이터 외에 스몰데이터를 독점 확보함으로써 품질을 높이는 위한 경쟁이 초거대인공지능 기업들간에 치열하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위키 방식의 집단 편집의 결과물이나 키워드에 기반한 검색 서비스나 커뮤니티 서비스의 활용은 이미 줄어들고 있지만, 거꾸로 초거대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답변에 들어가기 위한 노하우를 활용하는 컨텐츠 생태계는 활성화될 것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스스로의 독창적인 이야기와 경험, 서비스를 발신할 미디어(owned media)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래 민주적인 공론장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더 많은 참여와 더 나은 숙의는 비록 충분히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사회가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인정하는 가치다. 인공지능이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문서로부터 사회 다수의 입장을 요약해낼때 우리는 앞서 언급한 가치가 얼마나 지켜졌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광범위하게 제시된 의견을 효과적으로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소셜 플랫폼이 활성화될때 시민들의 단순 직접 투표로 의견을 효과적이고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주장했던 블록체인 기반의 자동화된 분산 조직이 간과하는 바와 같다. 공론장은 참여와 함께 숙의를 통해 경쟁과 갈등, 이해와 조정의 과정을 거치는 사회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을 생략해서는 이해는커녕 동의를 구하기란 어렵고, 소수의견은 묵살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시민들의 투표, 의견을 데이터로 분석해내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공론장은 최종 결론만을 목표로 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기술인 혐오 표현 필터링도 마찬가지다. 어떤 표현을 기술적으로 감지할 것인가 혹은 근본적으로 방지할 것인가는 기술 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혐오 표현 방지를 옹호하지만, 사실 혐오 표현에 대한 논쟁은 헌법에도 명시한 인간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함께 맞물리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다. 더 발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도 우리 사회가 혐오 표현, 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사회적 경험(혹은 논쟁)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으로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도전 역시 그러하다.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지만 가짜뉴스보다는 허위조작정보(dis/mis/mal-information)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실수이거나 조작이거나 등등 정보가 다양한 이유와 의도, 취약한 상태로 전달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허위조작정보의 의도와 상태에 따라 여러가지 사람의 해석이 경쟁하고 의도가 맞물려 돌아감을, 따라서 단순히 더하기 빼기가 틀린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기도 한다. 허위조작정보의 검증은 사회적인 과정으로 만들어내야 하고, 이 과정에 다양한 검증 도구를 활용하는 식이어야 한다. 조작된 영상 정보, 조작된 데이터의 검출 등 인간의 역량을 벗어난 검증 과정에 기술은 충분히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이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의 의도를 은폐한채 또 다른 조작정보를 인공지능을 통해 발신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협력하는 공론장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기술 개발, 사용자 협력, 리터러시와 투명성의 확보 등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

    1) 이해와 합의가 일어나는 다양성을 갖춘 공론장의 운영
    2) 다양한 자동화 기술의 개발과 활용
    3) 사용자 참여에 기반한 적응을 통한 기술 발전
    4) 적용한 기술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조치들

    사회와 기술의 발전을 위한 시민과 공동체의 성장

    아직까지는 무엇이 바람직한지, 우리가 합의한대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거나 의사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자, 공동체의 몫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거나 결정이어도 사회의 운영에 활용하려면, 그 과정과 결과를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기술이나 체계는 유지되지 못한다. 거꾸로 이해와 판단의 책임을 진 인간에게는 무엇이 윤리적인지, 무엇이 공동체의 가치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시민성의 문제와 시민 역량을 갖추어야 할 책임이 부여된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면 말이다.

    우리는 같은 단어임에도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지성으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지능으로 번역했다. 부지불식간에 인공 지능은 지식에 관한 도구로, 집단 지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통찰과 지혜를 기대했던 것일까? 무엇이 가치있는지, 정의로운지, 서로 다른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는지를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 같다.

    다만 한국 사회가 사회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긴 시간 동안 경쟁하고 조율하고 논쟁하며 만들어오지 못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 정치인들이 쉽게 국민들을 갈라칠 수 있는 까닭 역시 누구의,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지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경험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아서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사회적 배제라는 역효과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사회와 기술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도전임이 분명하지만, 시민과 공동체를 위해서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서 좋은 공론장을 더욱 발전시키고, 우리의 집단적 의사 결정을 돕는 인공 지능 역시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사회를 만들 기회도 역시 우리의 손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삶에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식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볼 때, 이 것만큼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또 있을까? 인간의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 한 주제임에도, 이 문제에 관한 철학적 논의는 여전히 심각한 낙후 상태를 벗 어나지 못하고 있다. —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AICE포럼 후, 랩2050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