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운영하는 민주주의 플랫폼의 조건과 민주주의 서울의 시작

2017년 2월 9일.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서울시청 근처로 두 공무원을 찾아갔습니다. 설 직후라 조용했던 서울시청 근처, 저는 그날 처음 본 분들에게 “담당 공무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요. 여러 필수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서 무리하지 않으시면 좋겠네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끌어온 ‘민주주의 서울’의 첫 미팅 자리였습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그 당시 빠띠가 해 왔던 사업이나 빠띠가 만났던 사람들은 대체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자기 조직화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누군가 시민을 불러모아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미묘하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빠띠는 ‘시민의 자기 조직화’에 집중하며 우주당을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빠띠가 직접 하는 사업과는 별개로 우리가 만나는 분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생각이 실현되는데 필요한 게 무언지 고민해 주고 함께 답을 찾아보는 일도 자주 하고 있었죠. 그러나 탄핵 정국에서 기관의 민주주의 플랫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의하는 팀은 처음이었습니다.

그전에도 몇 년간 서울시의 다른 담당자들을 서너 차례 만나긴 했었습니다. 처음엔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였고, 이후엔 ‘디사이드 마드리드 같은 것을 서울시에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였어요. 아래에 나눌 이야기를 똑같이 해드렸지만, 이야기한 내용 중 부분부분만이 떠돌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운영팀을 구성하고 운영팀이 “애자일 방식이나 MVP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 “애자일”이 한동안 서울시 내에 회자되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설 직후 미팅에서 만났던 분들은 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된 분들로, 실제로 그 업무를 직접 다루고 있는 분들이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상명하달로 주어진 업무여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맡게 될 업무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시로 옮겨온 지 얼마 안 되었거나, 아직 발령을 기다리는 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질문에 간단히 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늘 하던 답, 지난 몇 년간 제가 서울시 다른 담당자들에게 말씀드렸던 이야기를 우선 그대로 해드렸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아직 온라인상에서든 오프라인상에서든 시민들의 단순 제안이나 청원을 넘어, 참여와 토론, 권한을 어떻게 위임할지 연구가 많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 답을 함께 찾아가는 팀을 만들고, 그 팀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며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 팀의 구성원은 외부 전문가와 내부 공무원이 섞여 있는 게 좋고, 외부 전문가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결과로 나오는 디지털 플랫폼은 반드시 최대한 간단해야 합니다. 고민과 노력이 깊을수록 플랫폼이 간단해지는 것이지, 간단한 걸 따라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2. 민주주의 플랫폼이든 시민참여플랫폼이든 이 플랫폼을 통해서 어떤 효용이 있을지를 시민들이 믿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플랫폼의 최고 책임자가 정무적인 역량과 동시에 시 내부 체계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그 권한은 상징적이어도 괜찮지만, 필요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시장 주도로 하거나, 부시장이 주도하거나, 혹은 시장이 외부 전문가에게 1번의 조직을 만들며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3. 어떤 플랫폼이나 정책이든 초반에 열광하며 믿고 참여하는 시민이 필요합니다. 물론 새로운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큰 기업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만 이 일에 애를 먹는 게 대부분입니다. 초기에 선출직 리더를 지지하는 기반이 탄탄하다면 이 기반을 활용해서 시민과의 소통, 협력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이 강화되더라도 그 부작용을 관리하면서 나가는 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러니 현재 시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또 얼마나 있는지를 아는 것이 필수 조건입니다.

요약하면 1) 전문성을 가지고 답을 찾아갈 권한을 위임받은 운영팀, 2) 팀을 이끌거나 혹은 단단하게 지원해 주는 권한을 가진 책임자, 그리고 3) 초기에 시정을 지지해주는 시민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사실 세 번째만 있어도 초기 흥행은 성공합니다만,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없으면 2년 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지지자들이 실망하며 돌아섭니다. 그 틈을 타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진영에서 정책이 소용이 없다거나, 무책임하다거나, 부작용이 심하다는 공격이 들어오게 된다고도 말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게 여러 가지 더 있지만, “이렇게 이렇게 하면 성공합니다”라는 정답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기관이라면, 위의 세 가지가 갖추어져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 보라고 권합니다. 한국에서는 공무원과 전문가를 섞은 팀을 만드는 방식도 경직되어 있어서, 지금은 1번의 운영팀을 내부의 의지를 가진 담당 공무원들과 외부의 전문가팀, 두 개로 나누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탄핵 정국, 그리고 박 시장님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태에서 서울시에 갓 배정받은 두 공무원, 거의 다 망가진 상태였던 천만상상 오아시스, 여기에 갑자기 높아진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기대감이 무색하게 실험도 고민도 해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황까지.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조건을 논의하고 난 후 “너무 고생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권한 밖에서 준비되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요”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끝이 났다면 지금 민주주의 서울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 후 얼마 뒤에 저는 다시 연락을 받게 되고, 그로부터 다시 반년 뒤 ‘민주주의 서울’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함께 만들게 됩니다.

슬로워크와 함께 일한 조직이 1100곳

2013년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UFOfactory를 창업할때는 소원풀이를 한다는 심정이 컸습니다.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면서 남은 시간을 그때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하던 공유기업 중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주곤 했는데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사회를 바꾸려는 곳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기반을 제공하는 일을 제가 한번은 제대로 해 봐야 아쉬움이 남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Daum에 입사하면서 잡았던 목표이기도 했고, 2010년에 Daum을 퇴사하면서 하게 되리라 기대했던 일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때 그런 계획을 이야기했을때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생할게 뻔하고(그건 맞았어요),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아직 살아있네요!)며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걱정어린 조언들뿐이었어요.

그렇지만 사회를 바꾸려는 이들을 회사를 다니며 남는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 형태로 돕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는 힘들다는 생각은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지속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고 저는 믿었어요. 저부터가 살아온 내내 월급이 필요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더불어서 어설프게 자원봉사를 하느니, 한번은 기업을 만들어 도전하고 주변 사람들의 예상대로 빨리 망하면 깔끔하게 포기하자 생각을 했습니다.

망할 가능성을 높게 두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구성원들에게 실례이기 때문에, 저는 회사를 운영하던 초기에 구성원들에게 늘 “우린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기술을 익히는데 집중하시면 좋겠다고 이야길 했고, 어디보다도 힘들 수 있는 이 영역의 일을 해내는게 다른 영역에서는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금방이라도 그만 두고 싶다면, 회사는 내일이라도 문을 닫을 수 있도록 구성원의 퇴직금을 착실하게 적립하였으며, 회사에 빚을 만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어요. 지금 보니 무차입 경영입니다만, 비용은 매우 낮고 기술 이해도도 낮은 파트너들과 고민을 나누며 서비스까지 기획한다는 사업이 제가 봐도 망하기 좋은 아이템이었던 거죠. 한편으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란걸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어요.

그랬던 UFOfactory가 3년을 버티고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다가, 빠띠라는 ‘하면 망한다’는 이야길 들은 서비스를 만들고(그래도 빠띠는 다행히 스폰서가 있었어요!), 이후에 슬로워크와 합병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합병 후에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열린 지난주 워크숍 때 확인을 해 보니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63명이고 직간접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다 합치면 100여명 가까이가 됩니다. 사업부는 7개로 늘어났고, 각각의 사업부가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성장할 준비도 하고 있구요. 매출 역시 두 회사를 단순 합친 금액을 넘어서고 있구요.

NPO파트너페어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조직들, 우리가 만들었던 작업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대략 이렇게 나왔습니다.

Slowalk+UFOfactory = Slowalk.
We are Creators for Change

Since 2005,
슬로워크와 손잡고 변화를 만든 조직 1100곳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PC/모바일앱 사용자 3천만 명
조직의 가치와 철학을 반영한 브랜드 700개
스티비를 통한 더 효과적인 이메일 3억 통
빠띠와 함께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든 51만 명

대부분 비영리조직이거나 사회적기업, 혹은 기관인 우리의 파트너가 1100곳이라니 저 역시도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한번이라도 써 본 사람들의 수 역시도 적은 수가 아닙니다. 아마도 제가 회사를 다니며 시간을 쪼개서 사회적기업이나 공유기업을 도왔다면 결코 도달하지 못했을 수치입니다.

그리고 처음 생각과 달리 이 섹터는 이 섹터 나름의 매력과 강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도 어느 틈에 생각보다는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구요. 영리를 대상으로 하는 일과 비영리를 대상으로 하는 일의 균형이 맞아 돌아가면 운영에서도 안정감이 생기고, 무엇보다도 영리를 추구한다는 행위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저희의 미션이 더 주목을 받게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틈에 여기까지 왔나 싶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가벼운 마음은 이제 묵직한 책임감으로 변한지 꽤 되었구요. 그러나 한편으론 점점 더 제 역할이 줄고, 동료들과 동맹들이 멋지게 내는 성과들을 통해 제가 함께 살아간다는 안전감도 커져 갑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와 그리고 우리와 어깨를 걸고 등을 대고 함께 사회에 도전하는 동료들과 동맹들이 앞으로 벌일 일들이 기대되고, 우리가 함께 한 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인터넷, 민주주의, 공공재 그리고 빠띠

벌써 5월의 중순입니다. 한달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동시에 1년의 절반이 다가옵니다. 올 봄에 빠띠는 앞으로 2년간의 로드맵을 그렸고, 차근차근 목표들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의 빠띠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한 실험과 민주주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산”에 집중했습니다. 2018년부터 빠띠는 플랫폼과 방법론을 정리하고, 알맞게 팀을 구성하여 목표 하나씩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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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플랫폼 협동조합, 민주주의 활동가 협동조합의 설립

협동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 블로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체적인 계획’과 ‘나도 참여할 수 있는가’를 물어주셨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빠띠는 초창기부터 협동조합 설립 구상을 꾸준하게 이야기해왔습니다. 오늘 보내 드리는 글에는 빠띠가 협동조합을 택한 이유 하나를 정리하면서, 함께 생각할 거리를 나누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인터넷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의 지성을 모아내는 인터넷의 특징을 활용해서 “세상을 더 민주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세상을 더 민주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권한의 비대칭, 정보의 비대칭을 활용해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고 때론 착취하는 세상이 아니라, 권한과 정보를 나눔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모두의 기여로 한두사람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 접속 장치만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정보에 접속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만들 수 있는 멋진 세상이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미디어와 커뮤니티의 전문성을 쌓는 일을 저 개인의 중요한 과업으로 삼았고, 운이 따라서 좋은 팀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페이스북과 네이버의 독점과 불투명성에 대한 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는 운동이 진행되는 등 시대의 흐름도 긍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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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왜 중요할까요?

저는 민주주의를 우리 선조들이 축척해온 공공재를 관리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원을 놓고 경합하는 상황을 정치라고 할때,
민주주의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들이
공공재, 자원 운영과 활용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자신의 생은 각자가 책임지고, 경쟁에서 밀려나도 스스로가 더 노력하지 못했다는 인식은 우리 사회를 우리에게 앞선 세대들로부터 물려받은 ‘공공재’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생깁니다. 그 생각의 부재는 “공공자원의 운영에 우리가 참여해 본 경험을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부의 양극화, 세대와 젠더 갈등이 심해지는 지금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혁신’이 더욱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이 민주주의를 혁신하는데 필요한 기반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는 공공재와 자원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활용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자원을 활용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면, 사회 가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인터넷 기술로 민주주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궁극적으로 모두가 공공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 제가 빠띠를 통해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기술을 만들려는 이유입니다.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기술은 우리 모두의 것이어야 합니다

몇년간의 대격변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혁신하는데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자”는 제안에 많은 분들이 동의합니다.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봅시다.

‘민주주의를 혁신하고 근간이 되는 인터넷 기술’은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요? 지금은 누가 만들고 있을까요?

“민주주의를 혁신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인터넷을 활용한 기술”은 우리 모두의 것(공공재)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술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서 구성원 누구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감시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https://github.com/parti-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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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빠띠, 이를 위한 도전들

빠띠는 그래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만든 플랫폼의 소스를 깃허브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주식회사를 만들거나, 정부에게 이 일을 그냥 맡겨 둘 수는 없었습니다. 빠띠를 사람들과 함께 소유하고, 빠띠의 작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빠띠의 작업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며 함께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만드는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누구보다도 빠띠에게도 더 나은 민주주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 플랫폼을 공유재로 만들기 위한 빠띠

우리의 일상을 좌지우지하는 기반 기술들을 주식회사도 아닌, 정부도 아닌 주체가 운영하는 경험은 아직 많진 않습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워드프레스 같은 조직들이 지식을 모으고, 모두에게 필요한 오픈소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이트를 나타내는 이름인 도메인 주소는 ICANN이란 비영리 조직이 조정합니다. WWW을 창시한 팀 버너스 리도 인터넷은 모두의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빠르게 독점 사업자가 되는 것이 플랫폼 사업의 핵심이기에, 많은 자금을 모은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남기는 주식회사라는 구조가 플랫폼 시장의 주류입니다.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기술을 만든 조직이 우리 주변에 그토록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투자 이익을 남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기술은 개발되지 않습니다. 젠더 혐오를 막는 기술, 더 나은 토론을 위한 기술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네이버는 토론을 더 개선하는 기술을 만들기보단 댓글을 닫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혁신함으로써 우리의 공공재와 자원을 활용하는 일을 통해 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여전히 기술은 소수의 엘리트들과 투자자들이 더 많은 재산을 획득하는 일에 우선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다른 시대가 오리라고 믿습니다.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더 다양하고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려는 흐름이 생기리라고 믿습니다. 부족한 자원을 바탕으로 기적적으로 생존하는 빠띠지만, 그 흐름 속에서 우리도 자리잡으려 합니다. 빠띠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새로운 흐름이 생기고 그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게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PS. 그래도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에 빠띠는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문의: contact@parti.xyz

우리가 익혀야 할 기술 리터러시는 코드 작성 능력이 아닙니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페이스북이 요즘 여러가지 문제 제기로 소란스럽습니다. 친구의 소식인 줄 알았던 타임라인은 광고로 뒤덮이고, 나의 개인 정보를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페이스북이 많이 수집했다고도 합니다.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만으로 이뤄진 거품 속에 우리를 가두어서 페이스북에선 마음이 편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편견만 키우게 만들기도 합니다. 다른 사용자로부터 모욕과 혐오를 당해도 페이스북의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할 수 없지만, 거꾸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의 활동은 페이스북이 설명 없이 차단했다는 상황도 보고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페이스북의 운영 원칙이나 작동 원리는 우리에게 감추어져 있고, 페이스북이 이만큼 성장하는데 기여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껴도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은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겐 두렵기도 하면서 부럽기도 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 산업은 인류가 만들어온 그 어떤 산업보다도 약육강식과 자본주의의 논리만이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독점을 점하는 사업자만이 살아남기에 플레이어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막대한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거꾸로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와 경쟁해서는 이기기가 힘듭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지만 생존하고 경쟁하는 방식에서 자본의 논리와 전략이 아닌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빠띠는 여전히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지금 시대에 발견한 기술이 해결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선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과 기술을 사용하는 조직도 달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본의 논리와 전략이 아닌 다른 방식을 따르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빠띠는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민주주의 플랫폼과 방법론을 개발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지금 이 시대에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스스로가 그런 사업자가 되려는 팀입니다. 기술을 활용한 민주주의 플랫폼과 방법론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될 것입니다. 너무나도 중요한 이 기술들을 소수가 독점해서는 안 됩니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고 운영되어야 하며, 모두의 것이 되어야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빠띠는 첫 코드를 쓴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소스를 깃허브에 공개했습니다. 동시에 수많은 논의와 작은 실험들을 해 보며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 조직 형태를 모색해 왔습니다. ( 해적단의 운영 방식도 참고하였습니다 ) 그리고 드디어 올해 “사회적 플랫폼 협동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함께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될 민주주의 기술을 만들어갈 사람들을 만나고 실제로 우리 모두의 소유로 만들고 싶습니다.

페이스북의 작동 원리가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다면 어땠을까요? 페이스북이 성장하는데 기여한 수많은 사용자가 페이스북의 소유주였다면 어땠을까요? 터무니 없는 상상은 아닙니다. 우리에겐 이미 수많은 소비자 협동 조합이나 생산자 협동 조합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트위터의 소액 주주들이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는 운동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에도 얼마 전 노조가 생겼습니다.

누구나 기술을 익히고 이해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만들어진 기술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감시하고 개입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로 필요한 기술 리터러시는 코드를 쓰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과 사업자가 공공에 기여하는지 않는지를 감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능력입니다.

빠띠 스스로는 민주주의라는 중요한 기술과 그 기술을 다루는 우리 조직이 기술에 기반한 사회의 공공재가 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다른 논리로 온라인 플랫폼 산업 안에서 생존하는 일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함께 해 주셔서 아직까지 우리의 지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준비하는 작업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뭔갈 내가 직접 시작하고 싶진 않았는데…

하나, 둘, 셋, 넷. UFOfactory를 만들기 전까지 만들었던 회사나 단체의 개수를 세어본다. 그 전에 다녔던 회사는 하나, 둘, 셋. 병역특례를 했고, SI&SM회사에 다녔고, 포털에서 일을 했다. 정당에서 짧게 반상근한건 빼더라도. UFOfactory 이후에도 법인격을 가지거나 임의단체를 만든게 3개인가 더 있다. UFOfactory는 슬로워크와 합병했고, 빠띠는 부족함이 많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고, 우주당은 실험 중이다. 더민플이든 피스코드든 느슨한 커뮤니티도 여러개 시작하고 운영하기도 했고.

여전히 사람을 대하는게 싫지는 않지만 어색한 내가 뭔갈 직접 시작하고 싶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하나 하나 세어보니 꽤나 많은 일들을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목표를 가진 조직이나,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조직이 없으니까 시작했고, 시작하고 나니까 운영하게 되고. 그러다가 문득 “내가 뭐하는 거지?”란 깨달음이 화들짝 들고. 잘 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이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누가 등 떠밀어서 시작한 일도 없으니 내 무덤을 내가 판 셈인데.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그런 일이 없겠지? 지금 하는 일을 잘 위임하기만 하면 괜찮겠지?

2017년 10월 24일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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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다. 어쩔 수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나 싶다가도, 내 안의 누군가는 분명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그럼에도 내 안의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분명한 자기 주장을 한다. 따뜻한 볕을 쬐며 파란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조만간 길게 만끽하고 싶다.

대답을 찾지 못한 모색들

<20170912 항해일지>

내일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모인 아침 미팅. 30분을 생각했던 모임은 두시간 가까이 걸렸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내일 세션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어떤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할까, 멀리 뉴질랜드 엔스파이럴에서 온 수잔에게 사람들은 무슨 이야길 듣고 싶을까, 자기 조직화의 경험이 부족한 우리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등등.

찾아오는 이들과 더 많이 이야길 나누고 싶어했던 수잔의 바램을 담아서. 40분 정도는 발표자들의 경험을 나누고, 자기 조직화와 관련된 질문을 정해서 참가자들과 함께 이야길 나눠보는 자리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복잡하기는 어려우니 예, 아니오 정도로 모두가 의견을 표현하도록 하고 함께 오거나 곁에 있는 사람들의 답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로 만들기로.

그러기로 하고 엔스파이럴의 수잔, 롤링다이스의 제현주님, 씨닷의 한선경님과 함께 뽑아본 질문들인데 하나 같이 곱씹어 볼 만한 질문들이다.

7 Questions
• Do you want to start your org?
• Have you participated in decision making for compensation policy?
• Do you think the power in your org efficiently distributed?
• Are you satisfied with transparency in your org?
• Do you feel safe with trying new ideas that may fail?
• Have you chosen people you want to work with?
• Do you feel invited to share your whole personality?

이걸 제현주님이 저녁에 페이스북에 한글로 번역해서 공유해주셨는데 다음이다.

새로운 조직을 스스로 시작하고 싶습니까?
조직 내 급여 및 보상 정책을 결정하는데 구성원으로서 참여해 본 적이 있습니까?
속한 조직 내에서 권한이 효과적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까?
속한 조직의 투명성 수준에 만족합니까?
속한 조직 내에서 실패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낍니까?
당신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선택해 본 적이 있습니까?
속한 조직 내에서 당신의 인격 전체를 드러내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느낍니까?

UFOfactory나 슬로워크, 빠띠를 돌아보면서 했던 고민들이고. 나름대로 각각 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던 질문들이다. 늘 정리하고픈 마음만 가득하지만, 슬로워크에 적용한 방법과 빠띠에서 적용한 방법이 다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답을 찾았다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들을 꺼내는게 불편하다. 그럼에도 모색을 하루라도 놓은 적은 없다. 답은 못 찾았지만,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그 누구보다도 많이 했다고 자부할 순 있다.

그래도.. 언젠간 “나만의 답”이라도 깔끔하게 정리해 보고는 싶다.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정을 걷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는 날은 늘 즐거운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안심이 된다

요즘 들어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을 더 많이 만난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동일하게 바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만나는 일도 더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안심이 된다.

나는 내가 세상을 바꿀 만한 의지가 강한지 모르겠고. 그만한 능력도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바라는 목표와 좋아하는 방식이 있었고, 내 주변에 그런 목표를 가진 사람과 그런 방식을 지향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비슷한 목표와 비슷한 방식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안심이 된다. 부족하다 느끼는 내가 이제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다. 내가 무리하지 않아도,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세상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가겠구나 싶기도 하다.

특히 청년들이 이야기하고, 연륜을 갖춘 이들이 경청하는 모임을 볼때는 더욱 더 안심이 된다. 비전과 자원이 결합이 되는 순간이 올 것 같아서. 나에게는 잘 없었던 기회이지만, 매력적인 청년들은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늘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었지만. 자원도 부족했고, 역량도 부족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나라도 필요했던 단계가 어서 끝나면 좋겠다.

20170829

peace builder와 5가지 플랫폼

저는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우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1년 뿐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정체성을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를 열고, 한번 더 내가 되고 싶은 정체성에 더 가까워지도록 다듬고, 내가 가진 자원과 역량, 시간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담기도록 다듬습니다.

이 목록에는 일치되고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몸과 마음의 건강. 가족과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 알고 싶고 익히고 싶은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내게 삶을 준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일들을 할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다듬어온 이 목록에 2017년 지금 이 시점엔 peace builder란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평화빌더입니다. 스스로의 평화로부터 가까운 사람들과의 평화, 그리고 세상과의 평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게 되길 바라고, 그럼으로써 세상이 더 평화로운 곳이 되도록 기여하는 것이 저의 욕심입니다. 그 일에 빌더라는 정체성으로 도전하려고 합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하고 서비스와 플랫폼을 만들어내어 적절한 자리에 세우고 지속 가능하도록 붓돋는 작업. 지금은 인터넷과 IT라는 기술을 주로 활용하지만, 더 많은 것들을 배워서 세상을 더 평화롭게 만드는데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인 이유는 수많은 피스빌더 중의 나도 한명이란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도록 제가 구체적으로 하고 싶다고 정리한 세부항목은 5가지 플랫폼입니다. 전문가들을 위한 삶의 기반, 미디어, 컬렉티브, 민주주의, 그리고 다시 삶입니다. 그리고 이 각각은 현재 제가 진행하고 있는 일들, 혹은 앞으로 하려는 일들과 연결됩니다. 슬로워크, 빠띠, 우주당, 라이프퀘스트 등입니다.

가장 첫번째가 전문가들을 위한 삶의 기반입니다. UFOfactory였고, 지금은 슬로워크입니다. 사회의 혁신이든, 소셜 임팩트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든, 더 재밌게 만들든 모두 사람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 일들이 지속되려면 가장 먼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삶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금수저가 아닌 저에게도 이 기반은 필요합니다. 라이트 형제가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면서 비행기를 만들었지요. 슬로워크의 미션은 사실 이보다는 더 포괄적입니다만,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삶의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기본 소득 논의에서 이슈가 되는 어느 정도가 삶의 기반으로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각자 팀이 자율적으로 정의하면 목표가 정해지는 구조입니다. 평화의 여정에 이 자립의 과정은 가장 기본이 됩니다. ( 한가지 더 기대하는 바가 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풀어 보겠습니다 )

두번째는 미디어입니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개인 미디어입니다. Me이면서 Media입니다. 슬로워크가 하는 일들 중 상당수가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물과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 일이 가지는 의미를 저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수단을 갖게 하는 것으로 봅니다. 서로 존중하기 위해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서로 이해하려면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알기 위해선 나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 수단이 모두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힘을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게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다음 블로거뉴스와 다음뷰를 만들때에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세번째는 컬렉티브입니다. 커뮤니티라는 말이 더 익숙합니다만, 굳이 컬렉티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앞서 언급한 자립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양을 설명하는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나서 부딪히고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고, 적절한 도움을 서로 주고 받는 곳. 우리가 일하는 조직,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의 모임,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 민주적인 관계를 맺도록 돕는 기반 플랫폼과 가이드를 빠띠를 통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정치입니다. 정치를 통해서 우리가 바꾸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규정하고 있는 여러 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그 시스템은 법률이기도 하고, 행정이기도 합니다. 이 시스템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 시대에는 인터넷의 힘을 활용해 시민들이 더 직접 더 자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의 개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주당으로 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다시 삶입니다. 메이커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수단으로써의 일뿐만 아니라, 자신다움을 표현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서의 일을 하는 기회(덕업일치)를 갖는 것. 더 나아가 노동하지 않고 놀 권리를 갖게 되는 것. 이를 돕기 위해 기술을 활용해 플랫폼을 만든다면 어떤 서비스가 될까요? 롤플레잉 게임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듯이 우리가 이 세상을 도전과 모험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인생 게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의 네가지를 마무리하고 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과제입니다.

저에게는 이 다섯가지가 한 사람이 평화에 도달하는 과정이자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기반을 통해 자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낼 수단을 갖게 되고, 서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협업하고, 세상을 이루는 시스템들을 정치 참여를 통해 변화시키고, 그 환경 속에서 다시 각자의 개성에 맞는 삶을 즐기는 것. 이런 삶이 평화로운 삶이고, 이런 세상이 저에겐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글쎄 그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저이기에 19년째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꾸역 꾸역 도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 같아요.

민주적인 조직 만들기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빠띠를 시작한지 1년 반만에 눈에 띄게 느껴지는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민주주의를 주제로 이야기 나눌 때에 조직의 민주주의가 여의도와 티비에서 벌어지는 정치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인데요. 민주주의 플랫폼 벤처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빠띠를 찾아오는 분들도 이젠 조직 내에 민주주의 시스템과 문화를 어떻게 도입할지를 문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와 상황의 조직들을 만날때마다 빠띠에서는 민주주의를 조직에 도입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도전의 연속임을 미리 말씀드리곤 합니다. 조직의 현상태가 어떠한지,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이 조직의 변화를 바라는지, 이 일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은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 같이 하나 하나 살펴보며 적합한 접근법을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민주주의 플랫폼을 도입하는게 아니라 문화를 도입하는 과정임을 알려드리고 오랜 시간과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또한 모든 과정과 결과가 같지 않다는 것도 고려합니다. 어떤 조직은 구성원들이 더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격려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조직은 의견을 모으고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든 결정이 만장일치, 혹은 다수결로 이뤄져야 하지도 않습니다. 상황에 맞게 필요한 만큼 적절한 방법과 단계를 거치는 것은 개인보다 조직의 경우에 더욱 중요합니다.

도구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 도구를 만든 사람들의 문화를 도입하는 것이고, 그 문화에는 다수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빠띠는 빠띠를 도입하는 분들에게 이 도구를 도입함으로써 구성원들이 더욱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며 함께 조직을 만들어나간다고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기능들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화가 조직 내에 확립되는 것을 의도합니다. 또한 조직과 조직의 문화를 어떤 한두사람의 것이 아닌 그 조직을 거쳐간 사람들이 함께 만든 역사로 인식합니다. 등산로를 지나간 사람들이 각자 한두개씩 얹어서 만들어지는 돌탑처럼 우리의 조직을 바라보고, 그걸 모델로 할때 기능은 어떻게 배치되는지, 소통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돌탑을 쌓듯이 조직을 만들수 있을까요?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과 이렇게 나누는 이야기들을 엮어서 ‘빠띠를 활용한 민주적인 조직 만들기’ 가이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엔 빠띠라는 팀이 지향하는 가치와 원칙들, 노하우들이 담길 예정입니다.

가이드 읽기: https://parti-xyz.gitbooks.io/org-guide/content/

민주주의 플랫폼 벤처 빠띠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민주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문화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망원경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넓어졌듯이,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문화가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한편으론 그렇게 만든 기술을 활용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우주를 탐구하려는 사람들이 문화가 정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와 동료들이 민주적인 환경과 문화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선구자들에게 필요한 플랫폼과 가이드를 빠띠는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