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주주의를 주창하는 한국에서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민주주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인터넷 기술이 등장하던 초기와 달리, 개방과 연결의 기술이 민주주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들이 요즘은 적지 않습니다. AI의 등장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도 많습니다. 이에 민주주의를 지키거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드는 기술과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 공간에 대한 중요성은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내는 연 평균 최소 27억 달러(3조 5천억)에 해당하는 자선 기금이 있다고 합니다. EU는 호라이즌 프로그램 등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민주주의 활동을 위한 R&D와 지원금을 제공합니다.

1️⃣ 미국의 <Democracy Fund>가 작년초에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 민주주의를 위한 기관 자선 활동은 2017-2018년 38억~43억 달러 (연평균 19억~21억 달러) 에서 2021~2022년 54억~69억 달러 (연평균 27억~34억 달러)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관련 기금은 다른 사안에 비해 여전히 미미합니다. 연간 34억 달러라는 높은 추정치는 2022년 미국 “전체 자선 기금의 0.7%에 불과”할 것입니다.

+ 기금에 해당하는 분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투표와 선거) 투표권, 유권자 교육 및 참여, 선거 행정, 선거 자금, 재구획
  • (포용, 형평성, 정의) 사회적 및 인종적 정의, 사회적 응집력과 양극화, 정치적 폭력과 증오 방지
  • (시민 교육 및 참여) 시민 교육 및 리더십, 공공 및 이슈 기반 참여, 인구 조사
  • (정부 효율성과 민주주의 보호) 시민권/자유와 법치주의, 정부 감독 및 개혁
  • (미디어 및 정보 생태계) 저널리즘, 미디어 정책 및 잘못된 정보/허위 정보

2️⃣ 유럽의 민주주의 프로젝트들은 여러 지원을 받지만 특히 EU 차원의 지원을 활용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세계적인 민주주의 열풍이 불던 2017년 무렵 마드리드에 가 보니 한국에 알려진 프로젝트들 상당수가 EU 호라이즌 프로그램을 통해 R&D 자금을 이미 수년간 확보하고 1차 마무리 단계에 들어 가 있었습니다.

+ 호라이즌 유럽은 EU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지원 프로그램으로, 7년 단위로 예산이 배정됩니다. 차기(2027~2034년) 지원 예산금은 현재(2021~2027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1750억 유로, 약 244조 원)라고 합니다.
+ 두번째 기둥인 “글로벌 도전과 산업 경쟁력” 내의 “문화, 창의성, 포용적 사회” 클러스터의 첫번째 주제가 민주주의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민주적 회복력 강화) 정치적 양극화, 포퓰리즘, 급진주의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을 분석하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 도구와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 (미디어 자유 및 다원주의)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고, 허위 정보(disinformation)와 외세의 정보 조작에 대응하는 연구를 지원합니다.
  • (시민 참여 확대) 특히 젊은 세대의 민주적 절차 참여를 독려하고, 시민 참여가 더 효과적으로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합니다.
  •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긍정적, 부정적)을 연구하고, 기술을 활용해 민주적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습니다.
  • (법치주의와 거버넌스) 법치주의에 기반한 제도와 정책의 투명성, 효율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3️⃣ 미국이든 EU든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민주주의 활동 외의 여러 활동들이 추가로 강조되고 있는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양극화와 급진주의에 대한 대응, 미디어와 정보 생태계 보호, 혐오와 허위정보등에 대한 대응들이 주요하고 동시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기술을 활용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데도 투자합니다. 관련 법제도 개선도 포함해서요.

4️⃣ 민주주의 인프라는 우리가 함께 모여 사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가장 기본 조건 입니다. 식량을 공급하는 농업이나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도로나 지하철 과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주 적은 관심과 투자가 일어나는 소셜 섹터입니다. 사실 EU처럼 정부 기관이, 미국처럼 민간 재단들이 투자하는 지역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생각보다 민주주의 국가가 많지 않기도 합니다, 아시아는 더더욱이요.

반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에 투자 할려면 할 수 있는 자금 및 기술 여건과 함께,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과 기대는 높습니다. 지금까지는 분단과 정치 양극화라는 제약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민주주의 생태계를 만들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주하고 있는 극단주의와 각자도생을 극복하고, 디지털 기술을 충분히 활용해 한국의 특징을 담은 민주주의 생태계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다른 국가의 시민들과 나눌 수 있게 될까요? 저는 충분히 가능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필요성과 가급성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 조성 중인 국가 R&D와 민간 차원의 기금에서 재원을 마련하기 시작한다면요.